반도체산업 게임체인저 ‘유리기판’…삼성전기·SKC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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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14. 오전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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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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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5 성료- 서버·AI 가속기 등에 사용 전망
- SK 회장, 엔비디아와 거래 시사
- 삼성전기 사장 “2027년 납품”
- 소형 전고체 전지는 내년 양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7~10일(현지시간) 개최된 ‘CES 2025’에서는 부품 업체들도 ‘세상에 없던 기술’을 대거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기 장덕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CES 2025에 마련된 자사 전시관을 방문한 모습. 삼성전기 제공 연합뉴스

부산에 대형 사업장을 둔 삼성그룹 반도체 부품 계열사인 삼성전기는 지난 8일 이 자리에서 ‘Mi-RAE’ 신사업 성과를 공개했다. ‘Mi-RAE’ 신사업이란 ‘CES 2024’에서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모빌리티(Mobility industry) 로봇(Robot) AI·서버 에너지(Energy)’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밝힌 패키지 신성장 사업 로드맵이다. 장 사장은 이날 라스베이거스 앙코르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게임 체인저’라 불리는 유리기판을 오는 2027년 고객사에 납품하겠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올해 2, 3곳 고객에게 샘플을 공급하고 2027년 이후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기판은 ‘더 얇고, 더 넓게’ 만들 수 있는 반도체 기판의 ‘끝판왕’이다. 업계는 서버나 네트워크를 비롯한 고부가 가치 산업에서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반도체 칩을 기판 하나 위에 올린다. 유리는 현재 기판 재질인 플라스틱보다 온도에 따른 변형이 적고 신호를 더 잘 전달한다. 미세화, 대면적화에 유리해 서버 CPU(중앙처리장치), AI 가속기 등 초고부가 가치 제품 중심으로 급속 성장할 전망이다. 유리기판 분야는 어떤 업체도 실제로 생산해 적용한 적이 없다.

게다가 유리 기판은 초미세회로 구현이 가능하고 MLCC(전력량 조절 소자) 등을 넣어 표면에 대용량 CPU와 GPU를 얹을 수 있다. 타 기판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40% 빨라지고 전력 소비와 두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실리콘을 중간에 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 상태다.

이와 함께 삼성전기는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산화물계 소형 전고체 전지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올해 양산 투자를 시작해 내년에는 대량 생산할 예정이다. 전고체 전지란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삼성전기의 소형 전고체 전지는 전지 내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꾸고 재료 안정성이 높은 산화물계 전해질을 사용한다. 산화물계는 황화물계보다 용량은 낮지만 안정성이 높아 링, 버즈, 워치 등 소형 웨어러블이 주된 타깃이다. 내년 하반기 대량 양산이 목표다.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공정이 흡사하기 때문에 언제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삼성전기는 이 외에도 차세대 캐패시터(얇음),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유리와 플라스틱 장점 결합), 고체산화물 수전해 사업(SOEC) 등도 준비 중이다. 장 사장은 “올해 IT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장과 AI는 고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두 가지 부문에 집중해 지난해보다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소재 업체인 SKC는 유리기판 실물을 이번 CES 전시관에서 공개했다. SKC의 유리 기판은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서버 속도를 끌어올릴 설루션으로 소개됐다. AI 데이터센터에 유리 기판이 적용된 모습을 구현한 것이다. AI 데이터센터에 유리 기판을 적용하면 센터의 면적과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SKC의 설명이다.

SKC는 세계 최초로 미국 조지아주에 양산 공장을 준공하고 상업화를 준비 중이다. SKC 관계자는 “세계 최초 반도체 유리 기판 상업화 기업으로서 이번 CES에서 기술 우수성을 전 세계에 또 한 번 알릴 수 있었다. 점점 치열해지는 반도체 경쟁에서 유리 기판을 통해 기술 우위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8일 SK그룹 전시관 내에 있는 유리기판 모형을 들어 올리며 “방금 팔고 왔다”면서 엔비디아에 납품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CES 2025’는 전년도 행사보다 약 10% 성장했다.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160여 개국, 약 4800개 업체가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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