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엄마. 이웃을 사랑한, 자랑스러운 아내. 박혜은(43) 씨가 지난 1일 이 세상의 별이 됐습니다.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마지막 호흡을 마친 그녀는 뇌사 장기 기증으로 세 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습니다. 심장과 폐장, 간장, 왼쪽 신장을 힘들게 호흡을 이어가는 세 명에게 나눴습니다. 살아생전 곱고 선한 마음씨 그대로.
이뿐일까요. 그녀의 다른 인체 조직은 기능적 장애를 겪는 100여 명 환자를 도왔습니다. 장애 회복의 희망을 줬습니다. 참으로 높고 귀한 베풂이자 넓고 값진 사랑입니다.
엄마를 잃은 아이들과 아내를 떠나보내는 남편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장기 기증이라는, 그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심정은 또 어땠을까요.
열 살 막내딸은 이렇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건강하고, 천사가 돼 우리를 잘 돌봐주세요. 저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엄마는 좋은 일을 하고 갔으니 더 행복할 거예요. 엄마, 사랑해요.”
남편도 아내의 헌신을 기억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기가 우리 아들 프로 축구선수가 되길 원했는데, 그 꿈 열심히 노력해서 꼭 이루도록 할게. 나한테 와줘서 고맙고, 보고 싶어.”
나라 안팎이 매우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연말입니다. 정치권은 연일 싸움판이고, 경제는 살얼음판 위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뉴스도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 많은 뉴스 중에 뉴스레터 ‘뭐라노’의 가장 위에 올릴 소식으로 ‘세 아이 엄마 박혜은 씨의 고귀한 사랑’을 선택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뉴스레터를 열어 볼 24일은 성탄 이브입니다. 아무리 각박한 시절이라지만, 이웃을 향한 배려와 사랑이 가득한 하루이기를 소망합니다.
마음 따뜻한 날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