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별이 된 세 아이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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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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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가치와 행복을 아는 분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변에 나누는 것을 즐겼습니다. 최근엔 제빵 기술을 배웠습니다. 정성껏 반죽하고 구워낸 빵을 이웃의 손에 쥐여줬습니다. 언제나 기분 좋은 웃음을 전했습니다.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친근함도 몸에 뱄습니다.

뇌사 장기 기증자 박혜은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베트남 참전용사인 아버지를 닮았다고 합니다. 착하고 예쁜 딸이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엔 언제든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기증 관련 소식을 들을 때면 “나도 누군가를 위해 좋을 일을 하고 떠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세 아이의 엄마. 이웃을 사랑한, 자랑스러운 아내. 박혜은(43) 씨가 지난 1일 이 세상의 별이 됐습니다.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마지막 호흡을 마친 그녀는 뇌사 장기 기증으로 세 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습니다. 심장과 폐장, 간장, 왼쪽 신장을 힘들게 호흡을 이어가는 세 명에게 나눴습니다. 살아생전 곱고 선한 마음씨 그대로.

이뿐일까요. 그녀의 다른 인체 조직은 기능적 장애를 겪는 100여 명 환자를 도왔습니다. 장애 회복의 희망을 줬습니다. 참으로 높고 귀한 베풂이자 넓고 값진 사랑입니다.

엄마를 잃은 아이들과 아내를 떠나보내는 남편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장기 기증이라는, 그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심정은 또 어땠을까요.

열 살 막내딸은 이렇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건강하고, 천사가 돼 우리를 잘 돌봐주세요. 저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엄마는 좋은 일을 하고 갔으니 더 행복할 거예요. 엄마, 사랑해요.”

남편도 아내의 헌신을 기억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기가 우리 아들 프로 축구선수가 되길 원했는데, 그 꿈 열심히 노력해서 꼭 이루도록 할게. 나한테 와줘서 고맙고, 보고 싶어.”

나라 안팎이 매우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연말입니다. 정치권은 연일 싸움판이고, 경제는 살얼음판 위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뉴스도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 많은 뉴스 중에 뉴스레터 ‘뭐라노’의 가장 위에 올릴 소식으로 ‘세 아이 엄마 박혜은 씨의 고귀한 사랑’을 선택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뉴스레터를 열어 볼 24일은 성탄 이브입니다. 아무리 각박한 시절이라지만, 이웃을 향한 배려와 사랑이 가득한 하루이기를 소망합니다.

마음 따뜻한 날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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