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광주시장이 '부마-5·18 연대' 외칠 때…부산시는 "정치 영역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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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17. 오후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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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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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민주항쟁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지자체 간 연대 행사가 부산시 불참 탓에 ‘반쪽짜리’로 치러졌다. 광주시장이 부산에서 짝 없이 홀로 ‘부마와 광주의 민주정신 계승 연대’를 외치는 모습이 빚어진 것이다. 부산시가 부마항쟁이나 5·18 같은 정치·역사적 문제를 헌법 전문 수록과 같은 본격적 차원에서 다루는 데 부담을 느낀 나머지 부마항쟁 홀대로까지 나아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부산민주공원 늘펼쳐보임방에서 최갑순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사진 앞줄 왼쪽 두 번째), 강기정 광주시장(사진 앞줄 왼쪽 세 번째) 등이 부마항쟁과 5.18의 헌법 전문 수록의 뜻을 담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17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6일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과 광주시는 부산민주공원에서 ‘부마 - 5·18 민주역사 계승 연대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들 기관은 두 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과 지자체의 적극적 노력을 강조하며 연대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는 재단 등 유관기관 관계자와 강기정 광주시장 등 광주시 측 인사만 참석했다. 연대의 한 축이 돼야 할 부산시는 간담회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부산에서 광주시장이 혼자 ‘헌법 전문 수록’ 피켓을 들고 자리를 지키게 됐다. ‘영호남 민주정신 계승 연대’라는 구호가 무색해진 셈이다.

애초엔 부산시도 이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과 강 시장은 부산비엔날레 개최를 계기로 만날 계획이었다. 부산은 지난 16일부터 오는 10월 20일까지, 광주는 다음 달 7일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 비엔날레를 개최한다. 그러다 지난달 광주시가 비엔날레와 함께 부마항쟁과 5·18의 헌법 전문 수록 연대 방안도 논의해 보자고 제의했다. 두 항쟁은 한국 현대사의 4대 민주화운동에 속한다. 그러나 4·19혁명과 달리 헌법 전문에는 담기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양 지역 시민사회 등에서는 두 항쟁에서 표출된 민주정신 역시 헌법에 수록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사정이 이러니 두 기관이 연대해 헌법 전문 수록 방안을 구상해 보자는 게 광주시 제안의 취지였다. 부산시도 이를 받아들여 헌법 전문 수록 연대 방안을 함께 도모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달 초 부산시가 돌연 계획을 틀었다. 두 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은 논의사항에서 빼고, ‘민주정신 계승 연대’만 논하자고 요청해 왔다. 또 박 시장 참석 또한 일정상 어려워 부시장을 대신 간담회에 보내겠다고 했다.

부산시 정무라인의 판단이었다. 비엔날레를 주제로 가지려 한 간담회가 두 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논의와 같은 ‘정치적 사안’으로 논의가 변질될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개헌처럼 국회가 할 일을 행정이 먼저 나서 추진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취지다. 부산시 관계자는 “헌법 수록 문제는 국회의 역할이고 당초에는 비엔날레로 교류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헌법 수록을) 얘기하니까 정치화되는 것이 우려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재단과 광주시는 부산시를 빼고 해당 간담회를 추진하게 됐다.

지난 16일 부산민주공원에서 ‘부마 - 5.18 민주역사 계승 연대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간담회장에선 ‘뼈 있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최갑순 재단 이사장은 “부마와 5·18은 7개월 차이로, 떨어져 있는 역사가 아니다. 모두 서슬 퍼런 군부 독재에 저항해 부산, 마산과 광주 시민이 떨쳐 일어난 항쟁이다. 부산, 마산과 광주가 힘을 합한다면, 헌법전문 수록을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부산시, 경남도, 창원시도 자랑스러운 우리 지역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헌법전문에 수록하기 위해 같이 노력해 주십사 말씀드린다”며 “우리 지역 역사를 우리 지자체가 지원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부산시의 정무적 판단은 결국 ‘부마항쟁 홀대’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현대사를 둘러싼 좌우의 해석 논쟁이 첨예한 가운데, 부마항쟁 같은 지역 민주사마저 역사를 헌법 전문 수록과 같은 본격적인 수준에서 다루는 데는 몸을 사리려 한다는 거다. 간담회 한 관계자는 “광주는 5·18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해 시와 정치권이 모두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5·18을 헌법에 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부산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해왔다”며 “최근 불거진 일련의 역사 문제 때문에 상황이 복잡하니 거기에 부담감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부마항쟁 정신 계승에 좀 더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헌법 전문 수록과 같은 국회의 역할을 말하기에는 조심스럽다는 차원이지, 민주 정신 계승이라는 취지는 공감하고 있다. 또 시는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 등 민주정신 계승과 관련해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일들을 여럿 해나가고 있다”며 “다음 달 6일 광주비엔날레 때 박 시장이 광주를 찾아 강 시장과 이 부분(민주정신 계승 연대)을 논의할 예정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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