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구축함 수주전, 경찰 수사에 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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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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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입찰 비리 의혹 왕정홍 전 방사청장 곧 소환
수사 결과에 한화-현대 수주전 영향
방사청 "특혜 없었다" 반박 속 예의 주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사활을 거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전이 경찰 수사에 판가름날 전망이다. 경찰은 입찰 비리 의혹으로 왕정홍 전 방사청장을 소환키로 하는 등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낸다.

▮방사청 특혜? 정당한 행정?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왕정홍 전 방사청장을 조만간 소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왕 전 청장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왕 전 청장은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HD현대 측에 유리하도록 규정을 바꿨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기밀을 몰래 촬영해 보관한 혐의로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에 적발돼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방사청은 입찰공고를 내기 8개월 전인 2019년 9월 ‘제안서 평가 업무 지침’ 일부를 고쳐 방위산업기술 유출과 관련, 방첩사령부의 처분 통보를 받으면 0.5~1.5점을 깎도록 돼 있던 규정을 삭제했다. 감점 적용 기간도 2년에서 1년으로 변경됐고, 형사처벌 시 받는 감점도 3점에서 1.5점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규정 변경으로 당시 현대중공업은 총 100점 만점에서 0.056점 차이로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 방사청은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규정을 바꾼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규정 변경은 현대중공업이 ‘3단계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토대가 됐다. 통상 함정 건조는 1단계 개념설계→ 2단계 기본설계→ 3단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4단계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한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현대중공업이 각각 수행했다. 통상 사업 단계마다 경쟁입찰을 하지만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는 예외적으로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또 방사청은 기밀 유출 사건 관련, 지난 2월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에서도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자격을 제한하지 않았다. 임원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찰은 왕 전 방사청장 수사와 별개로 KDDX 기밀 유출 건과 관련, 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여부도 수사중이다. 지난해 3월 한화오션 측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혐의가 있다면 경찰의 조사가 있어야 하는데, 단 한번도 경찰조사는 물론 문의조차 없었다”며 “수사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는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경찰이 공정한 수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공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연합뉴스

▮입찰 대 수의계약, 난타전

‘경쟁 입찰’을 요구하는 한화오션과 ‘수의계약’을 해야한다는 현대중공업간 난타전은 연일 뜨갑다. 한화오션 측은 “방위사업청이 상세설계를 수의계약으로 추진한다면 기본설계에서는 규정을 삭제해 보안감점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상세설계에서는 보안감점 적용을 회피하게 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문제될 소지가 높은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중공업 측은 “방사청의 행정지도 결정으로 (수의계약을 하지 않을) 특별한 사유 또한 존재하지 않게됐다”며 “기본설계를 수행한 현대중공업이 수의계약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반박했다.

HD현대중공업의 KDDX사업 연속 수행을 촉구하는 울산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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