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육상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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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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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호불호가 다르겠지만 김은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좋아하는 식품 가운데 하나다. 집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고자 할 때 김 하나만 준비됐다면 별다른 반찬이 없더라도 밥이 술술 넘어간다. 산과 들, 바다로 나들이 할라치면 꼭 챙겨야 하는 것이 김밥이기도 하다. 이걸 깜빡했다면 뭔가 큰 실수를 했다는 느낌과 함께 아쉬움을 가지게 된다. 김밥 관련 외식업체가 나름 쏠쏠하게 재미를 보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런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한때 김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못했다. ‘블랙 페이퍼’(Black Paper·검은 종이)라 불리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K-푸드’ 열풍이 불면서 지난해 국산 김은 3만5446t 수출됐다. 금액은 7억9254만7000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수출국도 2010년 64곳에서 지난해 124곳으로 늘었다. 2027년 김 수출액은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근데 묘하게도 정부의 고민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해외로 나가는 물량이 증가하면서 김 생산량이 국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일본의 흉작으로 한국산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자 국내 김 가격은 상승세를 거듭한다.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김 값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6% 올랐다. 1987년 12월(34.6%)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다. 외식 업체나 소비자가 모두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다.

그러자 해양수산부가 대안 마련에 나섰다. 바다가 아닌 육상에서도 김을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상기후에 따라 바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김 양식 환경이 나빠지는 상황을 개선, 일정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하자는 취지다. 해수부는 내년부터 5년간 350억 원을 투입해 ‘육상 김 양식’ 기술을 찾기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한다. 조미김을 포함해 각종 김 제품을 만들어 국내외에 공급하는 풀무원과 대상 등 민간 기업도 협력한다.

물론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별도의 종자 개발을 비롯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또 대량으로 생산 되더라도 바다 김 못지않은 풍미를 가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만약 소비자의 외면이 더해지면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대표 수출 식품으로 자리 잡은 김의 생산 안정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당연하다. 수년 뒤 조금은 생소하더라도, 땅 위에서 난 맛있는 김을 먹을 기회가 왔으면 한다.

염창현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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