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제조비·인력난·금융불안)’ 심화 부산 제조업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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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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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로 원재료가격 폭등, 고금리 속 대출규제 강화
구인난까지 복합위기 덮쳐…올 매출 증가 전망 29%뿐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에서 30년 넘게 표면처리업체(도금업체)를 운영해 온 A 대표는 치솟는 생산 비용에 시름이 깊다. A 대표에 따르면 1, 2년 전만 해도 월 2000만 원가량 내던 전기료는 올 들어 3500만 원으로 뛰었다. 도금 제품을 식힌 후 발생하는 폐수 처리 비용은 월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올랐다. 표면 처리에 필요한 약품값도 급등했다. A대표는 “제조비가 말도 안 되게 올라 영업 이익은 1,2년 전과 비교해도 10% 이상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8일 부산 강서구 산업단지의 한 공장에서 직원이 작업하고 있다. 부산경제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부산 제조업체의 70.9%가 앞으로의 경영전망에 대해 지난해와 동일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민철 기자 [email protected]
제조비용 상승, 인력난, 금융환경 불안정성으로 부산 중소기업의 ‘삼중고’가 갈수록 커진다. 고환율로 인한 원재룟값 상승부터 인력난, 고금리 속 대출 규제 등 복합 위기로 부산 중소기업의 시름이 갈수록 쌓인다.

8일 부산경제진흥원 원스톱기업지원센터가 지난 5월 1일부터 6월 14일까지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강소기업(제조업체) 13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상반기 경영 전망 및 기업애로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44.0%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조달 곤란’을 상반기 경영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기장군 정관면 산업단지에서 공구를 제조하는 B 사 대표는 “약 2년 전 크게 오른 원자재 가격이 다시 내리지 않고 있다. 시장 경쟁력 때문에 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A 대표도 “이렇게 제조 원가가 올랐는데 원청업체가 상승분을 납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 주문은 계속 들어오지만 예년보다 남는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인력난도 심각하다. B 사 대표는 “젊은 사람은 제조업에 오지 않고, 사람이 부족하니 외국인 근로자도 서로 데려가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고금리 속 대출 규제 역시 중소기업에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 미음산단의 또 다른 제조업체 C 사 대표는 “내수가 좋지 않아 겨우 유지 중이다. 은행 금리는 높은데 대출마저 어렵다”고 호소했다.

고환율 기조 속 수출 기업은 상황이 다른가 싶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강서구 미음산단의 수출 주력 제조업체 D 사대표는 “수출 기업으로서 달러 환율은 유리한 상황이 맞지만 변동성이 굉장히 심해 제품 견적을 내기가 어렵다. 이런 가운데 물류비는 최근 몇 년 동안 네 배 이상 올라 경영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83.3원으로 1400원에 육박했다.

각종 악재 속에 기업의 경영 전망은 밝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42.5%는 올해 매출 전망에 대해 ‘지난해와 동일할 것’이라고 답했다.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29.1%에 그쳤다. 특히 수출기업에서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32.4%로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25.4%)보다 높았다. 설문에 참가했던 한 기업인은 “오른 원가를 반영하는 납품대금 연동제를 강력하게 시행하는 등 정부가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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