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은…토박이 작가들의 날카로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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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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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샘미술관 ‘지금, 우리의 시간’展- 김민정·조부경 등 중견 작가 8명
- 개성 넘치는 회화·설치작품 선봬
- 공사장 풍경 등 시대정신 담겨져

부산에 뿌리를 두고 짧게는 20여 년, 길게는 40년이 넘게 작품활동을 해 온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더 나아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지라도 두 발은 부산에 두고 있는 ‘찐 부산’ 작가들이다.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에서는 오는 21일까지 기획전시 ‘지금, 우리의 시간’이 열린다. 지금, 이 시대 부산에서 살아가는 작가들의 시대정신이 녹아있는 회화, 영상,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허위영 작가의 조형 작품 무제(왼쪽)와 장수임 작가의 회화 작품 ‘향기로운 한 때’. 금정문화회관 제공
전시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번째 전시실에서 만나는 김민정 작가의 작품은 친근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품 속 배경은 길가다 한번쯤은 마주쳤을 아파트 공사장 풍경이다. 부산은 재개발·재건축 붐이 일면서 곳곳에서 크고 작은 공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즉, 김민정 작가 작품 속 배경은 현재, 부산의 살아있는 풍경인 셈이다. 조부경 작가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을 포함한 ‘공간’을 추상적 단면으로 표현한다. 언뜻 보면 큰 의미 없는 색과 면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그 색과 면은 건물과 건물, 그리고 그 건물이 만들어내는 공간을 예민하게 표현해낸다. 사람의 표정 등을 우화적 기법으로 풍자한 허위영 작가의 조형 작품과 친근한 자연과 사물을 캔버스로 불러와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장수임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두번째 전시실에서는 도자와 조각, 회화를 결합한 김영미 작가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어른 키 절반 만한 사람 동물 나무 모양의 도자 작품은 도자기라고 하기엔 오히려 조각 같다. 쪼그려 앉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품 하나하나에 깨알 같은 그림이 빼곡하다. 사람 다리모양의 기둥을 가진 나무, 뿔을 가진 나무, 개 얼굴을 한 사람 등 여러 작품이 모여 만들어내는 초현실적인 조합이 생경하면서도 신선하다.

김현명 작가는 도시 속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음에 각각의 값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소리를 시각 매체로 전환, 추상적 풍경을 만들어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되는 영상이지만 마치 종이에 붓질을 한 듯한 질감이 인상적이다.

세번째 전시실에서는 조금 더 사회적 이슈에 근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설치 작가 정혜련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이 삶이 되어 버린 지금, 우리가 온라인으로 이주해가는 과정, 가상과 현실이 얽히고 연결되는 현상에 집중한다. 기후 데이터 값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상공간의 이미지가 그 곳에 머물지 않고 빠져나와 벽면의 설치 작품으로, 회화로, 영상으로 변주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송성진 작가는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큰 대형 화면을 동원했다. 송 작가는 ‘옛것’이 밀려나고 새로운 것이 그 곳을 차지하는 과정을 그래픽 영상으로 표현한다. 가상의 마천루에 밀려 날아가는 집은 재개발로 갈 곳을 잃은 사람들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대변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영상 작품 옆에 걸린 평면 작품 ‘도시의 온도-오륙도’로도 이어진다. 남구 용호동 끝자락 아파트 단지와 그 앞에 놓인 오륙도를 촬영한 사진에 집 이미지를 얹어 개발로 인해 사라진 용호농장과 대단지 아파트를 대비한다.

전시는 작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 돌아 ‘작가’에 집중한다. 참여 작가들의 작업실과 주변 풍경, 작품을 향한 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짧은 영상이 전시 기간 내내 전시장 안에서 재생된다. 개성 넘치는 작가의 작업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금정문화회관은 오는 6일 오후 2시 미술관 로비에서 아티스트 토크를 연다. 작품에 담긴 의미를 작가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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