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미술 평론, 전시 16회…매일 쓰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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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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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학 미술평론가- 최근 정점식미술이론상 수상
- 척박한 지역 미술평론계서 활동
- 새로운 글쓰기에 대한 고민 여전

나이가 무색하다.

강선학 미술평론가가 글쓰기와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말하고 있다.
강선학(71) 미술평론가의 첫 인상은 그랬다. 청바지에 청남방, 이른바 ‘청청패션’을 걸쳐 입은 그는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자신의 연구실 창작과 비평 연구소 ‘창고’에서 한시간 반 남짓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글쓰기를 향한 열정을 내보였다.

이 같은 그의 열정은 최근 대구미술관과 도솔문화원이 공동으로 수여하는 ‘제3회 정점식미술이론상’ 수상으로 또 한 번 결실을 맺었다. 1984년 등단 이후 미술평론 저서 17권과 공저 도서 8권을 펴내는 등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쳐온 점이 인정받은 것.

“수상소감을 준비해갔었는데 말 안했습니다. 대신 이번 상이 공로상이나 격려상이 아니라 내가 한 것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였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이 나이에 격려받아 뭐하겠어요, 공로상이라면 대구가 아니라 부산 미술계에서 받아야 될 일이지. 내 글과 책을 제대로 보고 논의를 했을까 그게 궁금했어요. 심사자의 담론이 정리되어 공개될 때 그 상의 정당성과 진정성이 담보 되는것 아니겠어요.”

사실 부산은 미술평론 분야에서 있어서 황무지나 다름없다. 글을 펼칠 장이 없고, 그렇다고 후학을 양성할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평론가라고 부를 만한 인물도 거의 없다. “발표할 지면이 없으니 평론이 되나마나다. 혼자 있으니 잘난 척 할 데도 없다”는 그의 말처럼 척박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강 평론가는 40년 동안 쉬지 않고 글을 썼다. 부산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을 거친 그는 부산에서 열리는 전시란 전시는 다 다니며 현장 비평을 해왔다. 글만 쓴 것도 아니다. ‘작품 하려고 미술을 전공한 것’이라는 그의 설명처럼 전시도 꾸준히 열었다. 1985년 첫 전시 이후 개인전만 16회. 한 해 책을 내면 이듬해는 전시를 연 셈이다.

이쯤 되니 그를 움직이는 동력, 열정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는 ‘일종의 콤플렉스’라고 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지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명예는 있을지언정 불만, 비아냥을 더 많이 듣지만 어쨌든 개인적으로 하고싶었던 일입니다. 서울대를 못간 것, 유학을 못간 것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이랄 까요. 이를 해결하고자 평론을 독학 했고 내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변을 찾아왔어요. 그 답을 지금도 못 찾았으니 아직 하고 있는 거죠.”

그의 일상은 지금도 매일 글을 쓰는 것부터 시작한다. 과거 썼던 글을 다시 읽고 고치기도 하고 부산에서 열리는 새로운 전시에 대한 비평의 끈도 놓지 않는다.

“책을 많이 냈으니 사람들이 ‘당신이 가진 비평 이론이 뭐냐’고 물을 때가 있어요. 이론도 없으면서 무슨 글을쓰냐는 거죠. 이론이 체계화된 무언가라고 하면 그런 건 없습니다. 내 나름대로의 접근 관점, 분석 태도는 있지만 일관된 무엇으로 말은 못해요. 현장에선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이 나오잖아요. 그걸 다 비평하려면 하나의 틀이나 이론만으론 어려워요. 하지만 어느순간 내가 가진 맥락이 무엇인지 궁금해졌고, 지금까지 내가 쓴 글 중에서 비평적 틀이 잘 보이는 글을 고쳐 책을 펴냈어요.” 이 책은 2020년 발간한 ‘저항의 피아니시모’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예상했던 답이 돌아왔다. 그는 “최근 신유물론과 객체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관련 책을 보고 있다. 어차피 눈은 뜨고 있고, 뭔가를 보긴 볼껀데 그럴꺼면 책을 보는 것”이라며 “무용평론가 김영태의 글과 산문을 읽고 있는데 이런 글쓰기 영역이 있었구나 새삼 느낀다. 나도 어떤 새로운 글쓰기를 해볼까 어떤식의 사유가 가능할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80세까지는 건강하면 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이후에는 하늘에 맡겨야 하는 거죠. 돌아가시기 3일 전까지 글을 읽고 고친 한 철학자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우리도 못할 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사는 거잖아요. 삶은 완성시키는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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