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남기기’ 전시 열기, 영구 보존으로 이어져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생생한 전쟁 기억이 교훈“소속 소대원이 베트콩의 습격을 받고 많은 사상자가 나왔는데, 이때 생존자를 찾아다니며 울부짖던 중대장의 목소리와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본인도 두 명의 전사자를 밤새 지켰던 아픈 기억이 있다.”(베트남전 참전 용사 회고)
8일 경남 남해군 남해읍 남해유배문학관. 로비에서 ‘6·25 & 월남전(베트남전) 참전유공자 흔적 남기기’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 전시는 2022년 2월 18일 시작해 벌써 2년을 넘겼다. 여전히 방문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유는 전시 내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승자도, 패자도, 영웅의 무용담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건 6·25와 월남전에 참전한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들이 그동안 가슴 깊은 곳에 묻어뒀던 아픈 기억들이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느끼는 감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전시는 2년 전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국내에서 보기 드문 콘텐츠로 관심을 받았다. 전쟁에 참여했던 참전용사들의 사진과 기록, 구술, 훈장, 각종 자료 등으로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시는 ‘6·25 & 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 서상길(76) 사무국장의 노력이 바탕이 됐다. 부산에서 은행 지점장을 지냈던 서 사무국장은 퇴직 후 남해로 귀촌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중 하나가 바로 흔적남기기 사업이다. 서 사무국장 자신도 1970년 월남전에 참전했던 용사다. 그는 참전용사들이 세상을 떠나면 소중한 기록들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보존을 위해 뛰어들었다. 또 참전 용사들의 생생한 증언과 기록을 통해 후손들에게 전쟁의 실상을 일깨워 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서 사무국장은 “국내외 다른 전쟁 관련 기념관이나 전시와는 성격이 다르다.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의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며 “그런 소중한 과거를 모아서 기록하고 되새기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