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 월남전 참전용사 흔적전시관’ 내년 9월 개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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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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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유배문학관 내 부지에…전시실, 수장고 등 갖춰
'흔적 남기기’ 전시 열기, 영구 보존으로 이어져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생생한 전쟁 기억이 교훈
“소속 소대원이 베트콩의 습격을 받고 많은 사상자가 나왔는데, 이때 생존자를 찾아다니며 울부짖던 중대장의 목소리와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본인도 두 명의 전사자를 밤새 지켰던 아픈 기억이 있다.”(베트남전 참전 용사 회고)

8일 경남 남해군 남해읍 남해유배문학관. 로비에서 ‘6·25 & 월남전(베트남전) 참전유공자 흔적 남기기’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 전시는 2022년 2월 18일 시작해 벌써 2년을 넘겼다. 여전히 방문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유는 전시 내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승자도, 패자도, 영웅의 무용담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건 6·25와 월남전에 참전한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들이 그동안 가슴 깊은 곳에 묻어뒀던 아픈 기억들이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느끼는 감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8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열린 ‘6·25 & 월남전(베트남전) 참전유공자 흔적 남기기’ 전시.
관람객들의 호응이 뜨겁게 일어나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전시를 바탕으로 ‘6·25 & 월남전 참전용사 흔적전시관’이 건립된다는 것이다. 남해유배문학관 내 부지에 지상 1층, 480㎡ 규모로 지어지고 전시설, 수장고 등을 갖추게 된다. 내년 9월 개관을 목표로 한다.

이 전시는 2년 전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국내에서 보기 드문 콘텐츠로 관심을 받았다. 전쟁에 참여했던 참전용사들의 사진과 기록, 구술, 훈장, 각종 자료 등으로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시는 ‘6·25 & 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 서상길(76) 사무국장의 노력이 바탕이 됐다. 부산에서 은행 지점장을 지냈던 서 사무국장은 퇴직 후 남해로 귀촌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중 하나가 바로 흔적남기기 사업이다. 서 사무국장 자신도 1970년 월남전에 참전했던 용사다. 그는 참전용사들이 세상을 떠나면 소중한 기록들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보존을 위해 뛰어들었다. 또 참전 용사들의 생생한 증언과 기록을 통해 후손들에게 전쟁의 실상을 일깨워 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6·25 &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 서상길 사무국장.
전시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남해군의 6·25 참전용사는 271명으로 평균 연령 94세, 월남전 참전용사는 239명으로 평균 연령 77세다. 이미 세상을 떠난 용사도 있고, 전쟁 상처와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용사도 있었다. 서 사무국장은 2년 동안 생존한 참전 용사를 찾아다녔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한 경험을 녹음했고, 전쟁 당시 남겼던 기록을 챙겼다. 따로 떼어 놓으면 개인의 과거에 불과했던 각종 자료는 하나로 모았을 때 새로운 역사로 탈바꿈했다. 2년 동안 400여 명을 만나 4000여 점의 자료를 모았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전시가 열렸다. 그동안 23곳의 학교 학생들이 방문했고, 43곳의 보훈단체가 전시를 관람했다. 2년 동안 유배문학관을 방문한 관람객(다른 전시 포함) 10만여 명이 전시를 둘러봤다.

‘6·25 & 월남전(베트남전) 참전유공자 흔적 남기기’ 전시의 다양한 자료들.
반응은 뜨거웠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참전용사가 자기 자료를 내놓았고, 목숨을 건 전우를 찾아 미국에서 남해로 날아온 참전용사도 있었다. 그런 노력과 호응이 결합해 전시관 건립까지 가능했다.

서 사무국장은 “국내외 다른 전쟁 관련 기념관이나 전시와는 성격이 다르다.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의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며 “그런 소중한 과거를 모아서 기록하고 되새기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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