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공단에 피어난 예술…홍티아트센터 거쳐간 작가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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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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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 11주년 기념 작가 12인展, 30일까지 부산 수영구 F1963- 기억 속 홍티의 모습 각각 재현

부산 사하구 무지개공단. 염색·기계 공장이 모여있는, 삭막하기 그지없던 이곳이 예술인들의 둥지가 된 것은 2013년부터다. 서부산권에도 문화예술 시설을 만들자고 나선 부산문화재단은 옛 홍티 포구에 예술 중심 창작 공간 홍티아트센터를 개소했다.
부산문화재단이 부산 수영구 F1963 석천홀에서 오는 30일까지 여는 전시 ‘나의 시간 우리의 기록’에 초대된 민지훈 작가 작품 ‘뜻밖의 훈련’. 이 전시에는 홍티아트센터에 입주한 경력이 있는 작가 12명이 참여한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이곳을 거쳐간 예술인은 100여 명. 이들은 이곳에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씩 생활하며 예술가로서 역량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부산을 넘어 전국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홍티아트센터 개소 11주년을 맞은 올해 부산문화재단은 센터를 거쳐 간 작가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이렇게 모인 12명의 작가는 기억 속에 남아있고 몸이 기억하는 ‘홍티’를 끄집어내 작품에 녹여냈다.

부산문화재단은 오는 30일까지 부산 수영구 F1963 석천홀에서 기획전시 ‘나의 시간 우리의 기록’을 연다. ‘설치미술 중심의 시각예술공간’을 지향하는 홍티아트센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우선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배 한 척이 관람객을 맞는다. 배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모래로 인해 관람객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파묻혀 사라지고 있다. 이예진 작가의 작품 ‘땅 위의 배’는 홍티포구 어촌마을 앞 바다가 매립돼 공장지대가 되며 급격하게 달라진 이 지역의 모습을 대변한다. 모래에 파묻힌 배는 이미 사라진 어부들의 유산으로, 과거의 홍티를 의미하는 셈이다.

반대로 가장 안쪽에 전시된 손몽주 작가의 ‘떠다니는 나무’는 낙동강 하구로 떠내려온 부유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작품에 쓰인 표류목은 실제로 다대포 앞바다에서 수집한 것으로, 작가는 여기에 고무밴드를 연결해 표류하는 물결과 그 위를 떠다니는 부유물의 움직임을 표현해냈다.

갈유라 작가는 홍티아트센터 내 작가의 방을 그대로 옮겨놓음으로써 ‘홍티 시절’을 추억한다. 벽에 걸린 글과 메모, 거친 습작들은 실제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다. 영상 작업을 위주로 한 작가의 방답게 이 공간에서는 작가가 직접 아카이빙 한 영상물도 볼 수 있다.

높이만 7m에 달하는 대형 회화 작품을 선보인 감민경 작가는 2022년 부산비엔날레에서 선보여 주목받았던 ‘동숙의 노래’ 작가이기도 하다. 부산문화재단은 많은 이에게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전진 배치해 인큐베이터로서 홍티아트센터의 위상을 말없이 알린다.

홍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작품도 있다. 현재 입주작가인 정찬일, 김시흔, 노주련은 개인적 색채가 강한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정찬일 작가는 기계 공단에서 으레 들을 수 있는 철 두드리는 소리, 용접하는 소리와 인근 김해국제공항을 오가는 비행기 불빛 등을 작품에 녹여냈다.

전시장에서는 홍티아트센터의 역사도 엿볼 수 있다. 재단은 지금까지 수집하고 쌓아 온 작가 인터뷰 영상과 레지던시 종료 기념 작품 수십 점을 이번 전시에 내놨다. 그렇게 내놓은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들의 고민과 철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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