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의 나라’ 멕시코 첫 女 대통령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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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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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집권당 후보 셰인바움 당선, 득표율 58% … 2위에 2배 앞서- 헌정사 200년 첫 유리천장 뚫어
- 멕시코시티 시장 역임한 엘리트
- 중남미 제2의 핑크 타이드 촉각

가부장적 ‘마초 문화권’으로 알려진 멕시코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200년 만에 정치권 ‘유리천장’이 처음으로 깨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멕시코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의 대통령 후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2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대선 투표를 한 뒤 잉크가 묻은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웃고 있다. EPA연합뉴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는 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이 당선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INE는 전국의 투표를 반영하는 신속 표본 집계 결과 셰인바움 후보가 득표율 58.3%∼60.7%를 기록해 26.6%∼28.6%를 얻은 우파 중심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61)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밝혔다. 마리오 델가도 모레나 당 대표는 “셰인바움 후보가 승리했다”고 선언했고, 밀레니오TV와 에네마스(N ) 등 멕시코 주요 언론도 개표 초반부터 셰인바움을 ‘당선인’으로 표기했다.

셰인바움은 남성 우월주의 국가로 평가받는 멕시코에서 1824년 연방정부 수립을 규정한 헌법 제정 후 첫 여성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현지 매체는 멕시코가 미국보다 빨리 여성 대통령을 선출했다며, 이번 대선이 역사적인 선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셰인바움은 멕시코시티 시장(2018~2023)을 지낸 엘리트 정치인이다. 부모는 리투아니아·불가리아 유대계 혈통으로, 1960년대 노동 및 학생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인바움은 중남미 최고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공부했다. 많은 멕시코 대통령과 달리 모국어인 스페인어 외에 영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의 이름 앞에는 ‘첫 여성’이라는 문구가 자주 붙는다. 우남에서 학위를 받은 첫 여성이자, 멕시코시티 수장에 오른 첫 여성이기 때문이다.

셰인바움은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됐다. 그를 장관으로 임명한 건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 현 대통령이다. 셰인바움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정치적 후견인’으로 여기고 있다. 이후 2011년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좌파 계열 정당인 국가재생운동을 창당할 때 함께했다. 그는 온건한 이민 정책 추진,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 공기업 강화 등 오브라도르 현 정부 정책을 대부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셰인바움이 대권을 거머쥐면서 최근 잠잠해지는 듯하던 중남미 온건좌파 정부 물결(핑크 타이드)이 다시 출렁이는 모양새다. 멕시코는 2000년대 초반 중남미를 휩쓸던 핑크 타이드 이후 ‘제2의 핑크 타이드’로 불리는 최근의 ‘중남미 좌향좌’에 동력을 불어넣은 국가다. 핑크 타이드는 복지와 사회 불평등 해소에만 무게 중심을 두는 전형적인 좌파라기보다 사회·경제적 진보 정책에도 신경 쓰는 중도 좌파 또는 좌파 성향 정부라는 의미가 담겼다. 다소 편향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좌파 상징 ‘붉은색’까지는 아니라는 취지다. 중남미에선 2018년 멕시코에 이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민심이 잇따라 좌파 정권을 선택했고, 2022년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8)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제2 핑크 타이드의 정점을 찍었다. 이번 멕시코 대선이 전체 중남미 블록 지형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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