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열세에…러 본토 타격 ‘금기’ 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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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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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황 악화에 다급해진 佛獨 정상, 美 원조 무기로 반격 허용 주장- 폴란드·발트 3국 파병론도 솔솔
- 벨기에·포르투갈 군사지원 약속
- 푸틴 “심각한 결과 있을 것” 경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에서 밀리자 위기를 감지한 유럽 국가들이 그동안 금기시해온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원조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때릴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한편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유럽 파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독일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군이) 미사일이 발사되는 (러시아) 군사기지를 무력화하는 걸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서방과 러시아의 정면 대결로 확전을 우려해 서방제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전면 제한해야만 했지만, 러시아가 본토에서 미사일 등으로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때리는 현 상황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이다. 다만 이와 무관한 러시아 내 다른 군사 목표물을 서방제 무기로 타격하는 건 여전히 허용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루이스 몬테네그로 포르투갈 총리가 양자 안보 협정을 맺는 모습. EPA 연합뉴스

앞서 지난 27일 불가리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의회연맹 춘계총회에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 무기 발사 제한을 해제할 것을 회원국들에 촉구하는 선언문이 채택됐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 사용에 대해 일부 제한을 해제해야 할지 숙고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 각국에서 이 문제는 여전히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NYT는 “서방 국가들의 요구는 우크라이나의 최대 무기 원조국인 미국을 주로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러시아 영토 내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는 사용하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지난 2월 마크롱 대통령이 불 지핀 파병론은 최근 폴란드와 발트 3국 등 러시아 인접국이 파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다시 불거지고 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폴란드 일간 가제타 비보르차 등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파병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우리의 의도를 추측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매체 슈피겔에 따르면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연안국들은 우크라이나 전황이 극도로 악화하면 러시아군이 국경에 접근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은 옛 소련의 지배를 받다가 1990년대 독립한 뒤 친서방 정책을 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다음 목표는 발트 연안국들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럽연합(EU)이나 나토 내부적으로는 이견이 팽팽하다. 파병론이 식지 않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해달라고 호소하는 등 악화하는 전황을 뒤집을 방안이 점점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벨기에는 2028년까지 F-16 전투기 30대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겠다는 내용의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포르투갈은 올해 우크라이나에 최소 1억2600만 유로(1800억 원) 상당의 군사 지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 타격을 허용한다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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