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추락’ 이란 라이시 대통령 사망…중동정세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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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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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 원인 추정 9명 전원 숨져- 강경 보수 2인자 공백 파장 예고
- 권력투쟁 등 정치 혼란 가능성도

이란의 2인자로 꼽혀온 에브라힘 라이시(64)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확인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 전쟁 등으로 격랑에 휩싸였던 중동 정세가 다시 한번 요동치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흐센 만수리 이란 행정 담당 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 통신도 “64세의 아야톨라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솔사다티는 이란의 제8대 대통령”이라며 사망을 확인하는 보도를 타전했다.

라이시 대통령이 전날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헬리콥터를 타고 타브리즈의 정유공장 현장으로 향하던 중 삼림 지역에서 사고를 당했다. 헬기에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등 9명이 타고 있었다. 헬기는 짙은 안개와 폭우 등 악천후 속에 비행하다가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악천후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일각에서는 내부의 적이나 이스라엘을 배후로 의심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시각이 등장한 것은 라이시 대통령의 이미지 때문이다. 강경 보수 성향의 성직자 출신으로 2021년 8월 취임한 라이시 대통령은 현재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밑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이슬람 혁명 뒤인 1981년 검사 생활을 시작해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 반체제 인사 숙청을 이끌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2022년 시작된 이른바 ‘히잡 시위’ 국면에서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 또 가자전쟁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초강경 이미지를 굳혀왔다.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유력했던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으로 후계 구도 승계과정에서 권력투쟁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히잡 시위와 경제난 등으로 민심 이반을 겪어온 이란의 혼란상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란 헌법은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50일 이내 새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이 오는 7월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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