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마다 환자 이송 거부 잇따른다
'아파도 지금 아파서는 안 된다'는 자조적인 말이 많이 들립니다.
웬만큼 중증이 아니면 응급실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고, 병원에서의 환자 이송 거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119에서 이런 상황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하기까지 했는데요.
119구급대원과 응급실 병원 측 사이 대화 내용입니다.
119대원 "구급대원입니다. 환자 문의···"
응급실 운영 병원 "안 될 것 같습니다"
119대원 "병상이 있다고 돼 있어서요"
응급실 운영 병원 "저희 사람(환자) 많아요. 지금. 등록만 안 할 뿐입니다"
환자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설명조차 하지 못한 채 이송을 거부당한 겁니다.
"응급실은 이미 과부하···버티기도 한계"
이 같은 환자 거부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상급종합병원마다 전공의가 떠나고 전문의 위주로 버티고 있지만 전문의들마저 휴직 등으로 의료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자 "응급실 기능이 지금 어느 정도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응급실 의사 "절반 정도로 봐야겠죠. 그것도 지금 점점 기능이 줄어들고 있다고"
응급실만의 문제 아냐···한 과가 무너지면 도미노로 무너질 수도
의료 현장에서는 단순히 응급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심각성을 진단합니다.
모든 과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어느 한 과에서 인력 부족으로 차질이 생기면 종합병원으로서의 기능이 차질을 빚는다는 겁니다.
대학병원 의사 "응급실은 와도 숨만 붙여 놓은 거지. 그다음 본과, 뒤에 있는 배후 과에서 환자를 받아서 시술하고 살려야 하는데 그거 안 되면 환자(치료)가 안 되잖아요. 응급실 문제가 아니고 병원 전체의 문제에요."
응급실 기능이 마비되는 게 응급실만의 인력 문제가 아니라 내과나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어느 한 과에서 차질이 생기면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원마다 병동 축소와 무급휴가 도입 등 비상 경영을 들어가며 혹독한 경비 절감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직종 간 형평성 논란 등 내부 갈등은 커지고 있습니다.
대학병원 관계자 "비상 경영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해서 병원에서 결정을 했고 예를 들면 무급휴가라든지 휴직 이런 거 사용 가능하다. 강제성은 절대 없고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의료 공백은 다가오는 추석 연휴 의료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연휴 때 동네 병원은 문을 닫고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가 오래 기다린 경험 많이들 있으실 텐데요.
가뜩이나 응급실 기능이 줄어든 상황에서 중증 경증 가리지 않고 몰린다면 어떤 혼란이 생길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출구 없는 의정 대치 장기화, 6개월을 넘었습니다.
당초 내걸었던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와 필수 의료 강화는커녕, 의료 현장의 버티기마저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