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다면···전기차 부진에 IRA 폐지까지? 대구·경북 수출 '빨간 불'

입력
기사원문
도건협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이차전지 소재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통령 선거가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는데요.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관세 인상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지역 수출에 또 한 번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2024년 수출 대구 -13.1% 경북 -4.6% 예상···대구 2년 만에 100억 달러 밑돌 듯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대구·경북 상반기 수출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의 2024년 상반기 수출은 2023년 같은 기간보다 21.3% 감소한 47억 달러, 경북은 7.5% 감소한 187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하반기 전망까지 더하면 2024년 대구의 수출은 2023년보다 13.1% 감소한 96억 달러, 경북은 4.6% 감소한 392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대구의 수출은 2022년 106억 달러로 처음 1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2년 만에 다시 100억 달러 아래로 내려앉게 되는 겁니다.

경북은 2020년 370억 달러 이후 4년 만에 다시 400억 달러 선이 깨지게 됩니다.

2013년 537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을 때와 비교하면 140억 달러 이상 줄어듭니다.

2024년 상반기 전국 수출이 3,34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성장했고, 연간 전망도 6,900억 달러로 9.1% 성장할 전망인 것과 비교하면 대구·경북의 수출 하락세는 도드라집니다.


주력산업 떠오른 이차전지 소재 수출 부진···2024년 상반기 대구 -60.3%, 경북 -36.9%
이런 대구 경북의 수출 부진은 주력산업으로 떠오른 이차전지 소재 수출 부진이 주요 원인입니다.

최근 4년간 대구 수출을 이끈 건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 소재인데요.

이차전지 소재 수출은 2020년 34.5%, 2021년 191.1%, 2022년 321.1%로 급격하게 성장했습니다.

대구 전체 수출 가운데 비중도 2019년 2.5%에 그쳤지만, 2023년 31.2%로 수출 품목 중 1위로 올라섰습니다.

경북도 2019년 6.7%, 2020년 65.4%, 2021년 79.7%, 2022년 171.9%로 마찬가지로 큰 폭으로 수출이 늘었습니다.

수출 비중도 2019년 25위에서 2023년에는 2위로 뛰어올랐습니다.

그러다 2023년 대구 10%, 경북 54.4%로 성장세가 한풀 꺾이더니 2024년 상반기 대구 -60.3%, 경북 -36.9%로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설상가상 '트럼프 리스크'···IRA 폐지·전기차 보조금 축소 가능성
여기에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를 폐지하거나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IRA의 핵심 내용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인데요.

이에 따라 미국 현지에 투자한 국내 배터리 업체는 바이든 행정부의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AMPC(첨단제조세액공제)로 매년 조 단위의 보조금 혜택을 받아왔습니다.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면 전기차와 차량용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둔화할 수밖에 없고, 전기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의 타격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물리고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긴다는 트럼프의 공약도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역협회 "위기와 기회 상존"···배터리·IT제품 타격, 차 부품은 반사이익도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된다면 통상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지역의 수출에는 위기와 기회요인이 상존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근화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차장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지원 규모 축소가 예상되며, 이는 미국 전기차와 차량용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세를 둔화시켜 지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배터리 소재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율 관세 등 중국에 대한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고, 상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인 IT 제품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무역장벽이 높아진 만큼 자동차 부품과 같이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품목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고 가정하더라도 IRA를 완전히 뒤엎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 내 여러 주정부가 국내 배터리 업체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인데, 만약 투자를 취소될 경우 해당 지역의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무산되는 만큼 단독으로 IRA를 백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총격 사건으로 트럼프가 지지층 결집에 성공하면서 판을 흔들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에서 사퇴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로 나설 것이 확실시되면서 미국 대선은 다시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아직 미 대선까지 몇 개월 남은 만큼 불확실성에 대비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주요뉴스해당 언론사에서 선정하며 언론사 페이지(아웃링크)로 이동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