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경제학자가 바라본 기회와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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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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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불평등·의료서 경제학이 해야 할 역할은
미국 사회 면면을 통해 오늘날 유의미한 논쟁으로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앵거스 디턴 지음, 안현실·정성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336쪽 / 2만 3000원)


미국이 꿈을 실현하는 땅에서 '불평등의 땅'이 된 데에 어떤 과오가 있었을까. 영국에서 나고 자라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인 앵거스 디턴은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미국 사회의 면면을 들여다 본다. 노벨상 경제학자가 바라본 미국, 그리고 기회와 불평등을 담은 책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에서다. 앵거스 디턴은 경제학자라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이는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책은 미국 내 이슈와 그와 관련해 벌어지는 경제학계·정치계 논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미국에 한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의미하다. 1990년대 미국에서 최저임금을 두고 벌어진 논쟁과 그 영향, 자신의 수술 경험을 통해 바라본 미국 의료 시스템의 폐해, 빈곤의 원인과 해결 방법에 대한 논쟁, 소득과 자산, 그리고 건강 불평등 등이다. 1945년생 노학자의 학문적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은 총 11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각 장마다 앵거스 디턴이 오랜 기간 써온 주제와 주장은 물론, 현재의 상황도 반영돼 있다. 앵거스 디턴은 경제학자들이 성취해 낸 점과 해악을 끼친 점, 두 가지 모두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학술적 성격이 강했던 이전의 책과 달리 쉽게 쓰인 데다, 앵거스 디턴의 성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1장 '패스트푸드점과 최저임금'에선 저자가 이민자로서 받은 미국의 첫인상을 담았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199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을 다룬다. 2장 '미국의 건강보험, 그리고 의료시스템'은 미국의 건강보험제도와 의료 체계를 살펴본다. 미국이 전체 국민 소득의 5분의 1을 의료비에 쓰는데도 불구, 왜 의료시스템이 부실한지에 대해 지적한다.

3장에선 미국 국내의 필요성 관점에서 아프리카,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빈곤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미국 내의 빈곤 문제를 이야기한다. 공식적인 빈곤 측정시스템의 결함과 정치에서의 개선점을 풀어냈다. 4장은 인플레이션 측정뿐 아니라 빈곤 측정에서도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논쟁에 대해 논한다. 물가와 인플레이션은 경제를 보고 해석하는 게 중요하지만, 정치적 양극화 심화로 인플레이션 측정 기준도 차이를 보이는 실정이다.

5장 '소득과 자산불평등', 6장 '돈을 넘어선 불평등'은 돈이나 물질적 복지의 불평등과 이에 대해 경제학자, 정치인, 대중이 각각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보는 한편, 미국 내 이민자들이 겪는, 미국 내 인종 문제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7장 '은퇴, 연금, 그리고 주식시장'과 8장 '현장의 경제학자:콘퍼런스의 학술지'는 연금의 영향, 연금 정책에 대한 내용과 경제학계 내 학회, 학술지, 경제학 연구 분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품는다.

9장 '노벨상과 노벨상 수상자'는 노벨상이 만들어진 계기와 경제학자 간 우정, 10장 '경제학자가 경제를 망쳤나'에선 현재 미국 자본주의와 고소득 국가의 자본주의가 자유민주주의와 병립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11장 '경제 실패는 경제학의 실패인가'는 앞서 다룬 논의를 정리, 경제학과 경제학자의 반성을 촉구한다. 경제학이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과 어떤 학문인지, 앵거스 디턴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경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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