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쑥대밭 됐다" 수마 휩쓴 자국 선명한 상보안 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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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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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풍광에 캠핑·나들이 명소였는데…쓰레기·악취 '눈살'
시설물 무너지고 농작물 휩쓸려 "복구 작업 막막" 주민들 울분
27-28일 대전 서구 흑석동 노루벌 상보안 유원지 일대에 집중호우로 휩쓸린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 유가인 기자.
"노루벌의 아름답던 풍경은 없어지고 황무지만 남았어요…너무 속상합니다"

집중호우로 대전 3대 하천이 범람하면서 생긴 수해 '후유증'이 여전한 모양새다. 캠핑 명소로 유명한 서구 흑석동 노루벌 일대도 갑천 물이 불어난 탓에 수마(水魔)가 남긴 상처가 크다. 거리 곳곳 시설물이 무너지고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데다가 복구 작업에 애를 먹고 있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27-28일 대전 서구 흑석동 노루벌 상보안 유원지 일대에 집중호우로 시설물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 유가인 기자.
지난 주말인 27-28일 대전 서구 흑석동 노루벌의 시작점 상보안 유원지는 '황폐한 땅' 같았다. 이곳 일대를 둘러보니 물에 잠겼던 사실을 증명하듯 뒤엉킨 쓰레기가 나무와 수돗가 곳곳에 걸쳐져 있었다.

길의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은 기울어지고 하천변에 있는 안전 펜스는 쓰러져 있었다. 나무가 통째로 꺾여있기도 했으며, 거리 곳곳에서는 물비린내와 악취가 올라왔다.

노루벌은 한때 버드나무와 울창한 자연 경관이 아름다워 물놀이를 즐기거나 야영하러 온 이들로 북적였던 지역 '명소'였다.

그러나 지난 10일 새벽 사이 충청권에 시간당 최대 100㎜ 이상의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그 풍경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윤모(63·가수원동) 씨는 "용촌동이 물난리 났던 바로 그날, 여기도 다 잠겼다. 화장실까지 떠내려갈 정도였다"며 "(흑석동이)태어난 곳이어서 애정도 많았는데, 이 지경이 돼버려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27-28일 대전 서구 흑석동 노루벌 상보안 유원지 일대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36) 씨의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가 쓰러져 있는 모습. 유가인 기자.
상보안 유원지에서 어머니와 함께 농사를 짓는 김모(36) 씨도 망가진 밭과 시설들을 손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쓰러진 컨테이너에 있는 흙 자국이 저만큼 잠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가슴팍까지 물이 찼다고 보면 된다"며 "이곳에 온 지 6년째인데 잠긴 모습을 3번 봤고 이번이 가장 심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 2주째 어머니와 치우고 있는데 진전이 없다"며 "누가 복구 작업이라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처럼 복구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적지 않아 이와 관련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구청은 "우선 자력 복구가 원칙이고, 도움(자원봉사)이 필요할 경우 피해 내용 등을 동 주민센터에 전달하면 매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는 갑천 상류의 피해 조사를 마치고, 시설물 복구와 하천 정비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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