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탄핵' 두 글자에 놀라던 이재명, 윤 대통령 탄핵청원에 침묵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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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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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유총연맹 창립 70주년 기념식 축사 뒤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이 지난 3일 자로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민주당이 기승전 탄핵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는데요. 결국 정치 공세로 끝나고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이유와 배경,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될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의미심장한 말실수로 시작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을 거론한 것은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후입니다.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4월 19일 의미심장한 말실수를 하게 되는데요. 그는 이날 당 공식 유튜브 채널(델리 민주)에 출연해 한 당원이 보낸 메시지를 읽는 과정에서 "윤석열 탄핵 이게 뭐야 갑자기 "라며 놀란 뒤 "이건 내가 안 읽은 겁니다"라고 했죠. 깜짝 놀라 입을 가리고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이후부터 민주당에서 탄핵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21일 '채상병 특검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탄핵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5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암묵적, 정치적 예의는 깨지고 국민적 유행어가 될 것 같다고 했고,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다음 날 서면 브리핑에서 "검사, 장관 등 법이 규정한 국회의 탄핵 권한을 적극 활용해 개혁국회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21일 국회에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이 올라왔는데요. 한 달간 청원을 받는데 공개 3일 만에 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청원이 5만 명을 넘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는데요.

지난 4월 19일 당 공식 유튜브에 출연해 당원이 보낸 메시지 읽는 이재명 대표. 사진=델리민주 유튜브 캡처
탄핵청원은 청원심사소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되거나 폐기됩니다. 법사위에서 타당하다고 결론이 나면 본회의 표결을 하고,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정부로 이송되며, 정부에서는 해당 청원에 대한 처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게 됩니다.

결국 청원 자체가 어떤 효력이 있지는 않습니다. 본회의에서 표결하더라도 탄핵 청원에 관한 표결이지 탄핵소추에 대한 표결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입법 청원은 법을 만들거나 없애달라고 요청하는 것일 뿐 실제 탄핵과는 무관합니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국회 통과가 가능한데요. 국회의석 300석 중 범야권 188석만 갖고는 통과가 어렵죠. 설령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인용할 리 만무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47만 명 탄핵 청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 이유는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명품 뇌물 수수, 주가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조작 △전쟁 위기 조장 △일본 강제징용 친일 해법 강행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방조 등 5가지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게 탄핵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법률 위반이지는 않죠. 민주당은 탄핵 청원 100만 명을 넘긴 데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장관, 판사, 검사에 이어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며 전방위 압박을 하고 있는 겁니다. 민주당은 나아가 법사위에서 해당 청원에 대한 청문회 진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혼을 내고 회초리를 들어도 대통령이 요지부동, 마이동풍이니 2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100만 명이 탄핵 청원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청원.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민주당이 100만 청원을 등에 업고 즉각 탄핵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탄핵을 추진하기보다는 '탄핵 분위기'를 오랫동안 끌어가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실제 탄핵에 대해 신중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0% 안팎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자칫 섣부르게 탄핵을 추진하다가는 민심이 달라지면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페이지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 반대요청에 관한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이재명 전 대표도 직접 윤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지는 않고 있는데요.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실제 움직이는 것과 행동하는 것 하고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며 "탄핵이란 건 결국 법적인 문제이고 위법사항이 드러났을 경우에 대한 부분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탄핵 청원 100만 명이 엄청난 숫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이재명 대표가 "250만 권리당원 시대"라고 말했는데 탄핵 청원 동의수는 아직 민주당 권리당원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탄핵 청원에도 140만 명이 동의했고, 아마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탄핵 청원이 제기된다고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리라고 예상합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3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연다고 한다. 정작 탄핵을 추진할 명분도 용기도 없으면서, '개딸 눈치'나 보며 끌려가는 비겁한 정치"라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민주당의 탄핵 남용에 대한 대국민 청문회다. 국민이 법과 상식의 힘으로, 이재명을 탄핵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정청래, "탄핵이 국민스포츠 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탄핵 접속이 원활했다면 이미 200만, 300만, 400만 500만을 넘어섰을 겁니다. 이것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는 국민의 목소리입니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용어는 국민 스포츠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민심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02 800에 7070 전화번호는 누구 겁니까."(3일 최고위원회의)

발언하는 정청래 최고위원. 연합뉴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만약에 그게 원활하게 잘 돌아가기만 했다면 200만 300만 올라갈 수도 있거든요, 더 짧은 시간에. 그런 현상들을 보고 무겁게 받아들인다, 겸허하게 국민들의 마음을 더 읽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는 게 기본적 상식인데 이번에도 대통령실은 여전히 그런 것들을 다 깨버리고 있어서 정말 안 변하는구나."(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재명 전 대표가 그동안 탄핵이라는 언급을 굉장히 신중하게 사용하고, 앞으로도 그러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탄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민생을 살리는데 정말 힘을 쏟고 하자고 지난번에 영수회담도 했던 것 아닙니까."(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그거 어차피 일종의 정치적 인기투표 같은 것 같아요. 먼저 그 사이트, 청원 사이트에 올라간 탄핵의 사유들을 한번 보시면 이게 대단히 정파적인 얘기라는 게 나올 겁니다. 거기 이런 것도 있던데요. 후쿠시마 대응, 북한에 관한 전쟁의 위기의 고조. 글쎄요. 이런 게 탄핵 사유가 될 수가 없죠."(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개혁신당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한 탄핵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그리고 지금 여러 가지 준비 작업이라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만 저희는 흔들릴 생각이 없다. 그리고 저희는 탄핵이 어떠한 결과를 냈었는지, 얼마나 정치를 후진화시켰는지에 대한 것을 잘 알고~."(3일 홍준표 대구시장 면담 후 기자간담회)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백만 명 갖고 신경 쓰실 분이면 선거 결과 가지고 잠을 못 자겠죠. 전혀 개의치 않잖아요. 지금. 심지어 뭐 선거 졌냐? 이긴 거 아니야? 지난번보다 나은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신다는데, 이것도 뭐 풍설입니다만, 백만 명인들 뭐 신경 쓰겠어요?"(2일 MBN 유튜브 지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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