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전세사기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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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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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지난 2022년 하반기에 시작된 전세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한 달 전국적으로 공식 전세사기 피해자가 1627명 늘어났다. 국토교통부가 피해자 결정 신청을 한 2174건 중에서 1627건을 가결한 것이다. 이로써 피해자는 총 1만8125명이 됐다.

이러다가 2만명을 넘어 3만명 대에 이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1-4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도 1,962억원으로 작년보다 76%나 늘었다.

비극적인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대구에서는 30대 여성이 전세사기 피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여성은 유서에 "살려달라 애원해도 들어주는 곳 하나 없다"며 "나도 잘살고 싶었다"고 절규했다. 전국적으로 전세사기로 세상을 뜬 사람이 10명을 넘는다고 한다. 대전에서도 3명의 젊은이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대부분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30대 청년층이다. 부모가 마련해주거나 자신들이 수년간 모은 1억-2억원이 날아간 것이다.

일각에서 전세 사기 피해를 당사자의 잘못으로 돌리지만 그렇지 않다. 등기부등본을 떼어 봐도 전세를 등기한 것은 드물다. 대개의 집주인들이 전세등기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집주인과 공인중개사가 짜고 전세금이 없다며 거짓말을 해도 확인할 길이 없다. 전세를 구할 때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도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다.

전세 피해자 '선 구제·후 회수'를 담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번 폐기된 이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수정돼 다시 상정될 것이라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게 의·식·주이다. 요즘 옷과 음식 때문에 고통을 받거나 목숨을 잃는 사람은 없다. 유독 주거만 수급도 원활하지 않고 사기와 불법을 막기 위한 제도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경영이 어려운 태영건설이나 롯데그룹에게 수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은행이 알아서 한 일이지만 정부의 보이지 않는 도움 내지 암묵적 동의가 있었음을 삼척동자도 안다. 기업도 중요하지만 거처를 잃은 20-30대 고통도 헤아려야 할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는 정치나 이념이 아니라 '민생'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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