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구속률 1%대... ’법의 빈틈‘ 앞에 죽임 당하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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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4. 오후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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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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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충북 충주에서 50대 남성이 카페를 차로 들이받고 흉기를 휘둘러 여주인을 살해한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알고 보니 이별 통보에 화가 나서 벌인 일로, 숨진 여주인은 ‘교제 폭력’의 전형적인 피해자였습니다.

사건 발생 전날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남성이 여성을 폭행해 경찰까지 출동했습니다.

남성은 폭행과 특수재물손괴 혐의를 받았지만 현장 체포 없이 마무리 됐습니다.

이후 여성이 헤어지자고 하자 이에 앙심을 품은 남성은 여성을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왼쪽부터 지난 5월, 강남역 인근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의대생, 지난해 7월,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스토킹하던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 연인의 외도를 의심해 목 졸라 살해한 50대 남성


끊임없이 언론에 보도되는 ‘교제 폭력’, 왜 반복되는 걸까요.

어쩌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 아니었을까요?

청주YWCA여성종합상담소 한영숙 소장은 이 물음에 ‘교제 폭력’에 대해서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자 의무 체포제나 의무 기소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접수된 교제 폭력 신고 건수는 2만 5967건.

이 중 검거된 인원은 439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이 중 구속된 사람은 82명, 1.87%에 불과했습니다.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다수라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교제 폭력’은 통상 폭행이나 협박죄가 적용되는데,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결정에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 폭력의 속성이 작용합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가해자가 보복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처벌에 부담을 느낍니다.

또 ‘교제 폭력’은 스토킹, 감금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초동대처가 중요한데,

폭행, 협박죄에는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도 없습니다.

이런 법의 빈틈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교제 폭력도 가정폭력처럼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게 하자는 법안,

교제 폭력에 대해서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수사기관과 법원에 의한 긴급조치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교제 폭력‘ 처벌 법안은 2016년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논의됐다 폐지됐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뉴시스 제공


전문가들은 ’교제 폭력‘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앞으로 더 많은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17일은 출근길에 옛 연인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피해자의 1주기였습니다.

동시에 살인범의 2심 판결이 있던 날이기도 했는데요.

재판부는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유족은 재판 이후 교제폭력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청하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가장 허무한 것은 재판에서 열심히 싸웠지만 동생은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바로 지금이 친밀함에 가려진 잔혹한 폭력에서 벗어날 골든타임일지도 모릅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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