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묶인 '여의도 143배' 땅…지역소멸 위기 불구 해법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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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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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정전 71주년 연중기획] 민통선 이대로 좋은가
군사시설보호구역 행정구역 면적 70% 차지 고성
군 전체 면적 586㎢ 중 415㎢ 달해
소득활동 불편·재산권 침해 발생
문화재 발굴·관광지 개발 걸림돌
군사보호구역 조정 협의 결국 무산
민통선 일괄 북상 요구 실현 안갯속
고성군 전체 행정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 민통선 남방지역에 거주하며 민북지역 경작지를 출입하는 마을 주민들은 70년간 영농 출입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일부 마을의 경우 임산물 채취를 위한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 소득원을 눈앞에 두고 놓치는 실정이다.지역소멸 위기론까지 대두되는 가운데 고성군 민통선 현주소와 규제완화 방안에 대해 진단한다.
1995년 고성 현내면 배봉리 민통선 검문소 모습,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줄줄이 폐업하며 폐허처럼 변한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민통선 마을 모습   사진제공=고성군청
■ 민간인통제선 현황

6·25전쟁 직후 1954년, 휴전선(군사분계선) 남쪽 일정구역(35㎞)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다양한 군사규제가 시행되면서 지역소멸이 시작됐다.

유일한 분단도 분단군인 고성군은 현내면 제진리 해안을 시작으로 제진리(제진검문소)~명파리~배봉리~마달리(마달검문소)~화곡리를 거쳐 거진읍 산북리~용하리~송강리~냉천리(건봉사)를 지나 간성읍과 수동면에 걸치고 있는 향로봉을 잇는 민간인통제선이 그어져 있다. 민통선을 사이에 두고 이북방향으로 남방한계선 까지의 10㎞구간이 통제보호구역이고, 민통선 이남으로 25㎞까지는 제한보호구역이다. 이 둘을 합쳐 접경지역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불리운다. 고성지역에는 239.13㎢의 통제보호구역과 175.66㎢의 제한보호구역을 포함해 모두 415.09㎢(여의도 면적 143배)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전체 행정면적(586.04㎢)의 70.83%를 차지하고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편입된 면적은 수동면이 142㎢로 가장 많고, 간성읍 113㎢, 현내면 78㎢, 거진읍 56㎢, 토성면 21㎢, 죽왕면 4㎢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 민통선 주민불편 실태

민통선 남방지역에 거주하면서 민북지역의 경작지 등을 출입하는 현내면 배봉·명파·화곡·마달 4개 마을 주민들은 주로 벼농사·축산·양봉 등 영농활동을 하고 있으나 70여년간 영농출입에 큰 불편을 겪어왔고, 거진읍 송강·산북·용하 등 3개 마을 주민들은 임산물 채취를 위한 출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어 소득원을 눈앞에 두고 놓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군사시설보호구역의 57.6%가 통제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주민 생활 불편은 물론, 건축·토지이용 관련 규제에 따른 주민 재산권 침해와 민통선 내 예산투입 시설물의 접근성 제약으로 관광자원 활성화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고성통일전망대는 지난 1월 '통일전망대 생태안보 교육 관광지'로 지정돼 평화관광 중심지로 개발하려 하고 있지만, 민통선 이북지역에 위치해 있어 민자유치 및 체류환경 조성 등 관광자원 활성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 지역발전이 정체돼 있다.

냉천리에 위치한 천년고찰 건봉사의 문화유산 복원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들도 민간인 출입통제 구역에 포함돼 있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하면, 민통선 내 수려한 비경을 간직한 보림암지·안양암지·극락암지에 출입이 제한돼 복원할 수 없는 등 문화재 발굴·개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성군 최북단 현내면의 민간인통제구역 내 사유지 면적이 16.44㎢, 전·답만도 4.15㎢나 되는데 사유재산권이 침해되고, 영농출입에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 민통선 해제·재조정 사례·해법

고성군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토성·간성·거진·현내면 등의 마을을 대상으로 육군22사단에 18건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완화·변경 등을 건의·협의했지만 결국 모두 반영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9년 3월 육군22사단에 통일전망대 일원(제진검문소~통일전망대 구간) 민통선 부분 해제(완화)조정 요청을 해 합참의 조건부동의를 얻어 지난 2022년 1월부터 조정협의에 들어갔으나 그 해 12월 재설치될 철조망이 주민들의 영농활동에 오히려 방해된다는 이유로 인해 결국 요청이 철회된 바 있다.

또 토성면 아야진소초와 청간부대는 주민 불편 해소와 지역개발을 위해 이전사업 추진이 절실하나 재원마련이 어려워 지지부진한 만큼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 개정 검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고성군은 6·25 전쟁 이후 70여년간 군사규제를 받아온 지역 주민들의 생활 불편과 소득보전, 재산권 보호를 위해서는 우선 통제보호구역 내 건축물 신축시 건축면적을 상향 조정하고, 민통선 지역내 산지에 임산물 채취 기간(봄·가을) 동안 영농출입을 허용해햐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근본적으로는 민간인통제선(검문소)을 현 지점(냉천리~제진리)에서 통일전망대 이북 구역으로, 마달검문소에서 검장리로, 냉천리 건봉사 일대에서 북쪽으로 일괄 5㎞씩 북상 조정을 통해 재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통선 일대에 사는 고성 주민들의 이같은 바람이 반영될지는 현재로선 요원하다. 정식안건이 되기도 전에 일괄북상은 불가하다는 군의 사전답변을 받고 건의 자체가 철회됐기 때문이다. 
"군사규제 최소화 정부차원 해결안 마련돼야"
최북단 마을 현내면 명파리 김남명 이장
70년째 출입통제·건축행위 제한

"명파리(송현·제진·사천·명호·검장리 등 5개 법정리 포함)에는 151가구에 250여명의 주민들이 등록돼 있다. 주민들이 사는 거주지에는 농경지가 별로 없고, 90%이상이 민통선 이북지역에 있다. 농사철에는 하루에 몇 번씩이라도 들어가야 하고 일분 일초가 중요한데, 그럴 때 마다 군초소의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시 출입하는 마을 농민들은 출입증을 제시하고 통과할 수 있지만, 일손이 부족해 일꾼 또는 가족·친지들이 함께 들어가야 할때는 검문소에 내려 신원을 확인하고 서약서를 쓰는 등 10~20분 정도의 까다로운 출입 절차를 매번 밟아야 한다. 혹시 신분증을 안 갖고 가면 출입이 불가능해 되돌아가야 하는 등 문제가 복잡해 진다. 군부대 근무자들이 6개월에 한 번씩 바뀌는데, 그럴때마다 출입방식을 놓고 트러블이 생겨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마을 주민 20~30여명이 임산물 채취를 하는데, 때만 되면 국유림의 임산물 채취를 못 하게 감시하는 군인들하고 불화가 자주 발생한다. 민통선 안이지만 내 땅인데 60평 이상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지난 2009년도쯤에 명파초소가 생기면서 민북지역을 가려면 2곳의 초소를 통과해야 하는 등 통제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을주민들은 70년 내내 이런 통제와 규제 속에서 고통을 받으며 억지로 살아왔다. 마을주민들은 민통선을 한 번에 몇㎞를 전체적으로 똑같이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다. 주민 사유지 만큼이라도 조금씩 단계적으로라도 올려줘서 주민들이 토지를 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군사규제 최소화 정부차원 해결안 마련돼야"
함명준 고성군수(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장)
각종 제약 주민 생존권마저 위협


"고성군은 전 세계 유일한 분단도 분단군의 최북단에 위치해 군사·환경·산림 등의 과도한 규제가 많은 접경지역이다. 이와 더불어 산림보호구역·농림지역·자연환경보전 등 총 규제면적이 1475㎢로, 고성군 전체면적의 2배를 넘는 중복 규제가 상존해 있어 주민 생활과 문화재 및 관광자원 개발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접경지역의 주민들은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 국가안보를 위해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 등 각종 군사관련 규제 속에서 70여년의 긴 세월 동안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며 생활해 오고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주 소득원이 되는 임산물 채취 또한 영농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출입 통제는 더욱 엄격해 지고 있다. 또한 접경마을은 건축(축사) 연면적 200㎡ 이하로 제한되어 있어 축사 여러 동을 신축할 경우 각 동마다 개별 인허가 및 건축 협의, 건축비 3~4배의 비용 부담이 과중되는 규제를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금강산 육로관광 중단 이후 막대한 타격을 입은 접경지역의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더욱 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일률적인 군사규제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 일상생활 불편은 물론, 생존권도 잃어가는 상황으로 인구감소 지방소멸 가속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과감히 탈피해 국가안보와 군사 전략상 꼭 필요한 구역만으로 군사규제를 최소화, 중점 관리해 나가야 한다. 군사시설 보호구역 규제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해결 대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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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 지역 취재기자입니다. 불평등×불합리×사회적약자 피해사례, 제보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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