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는 현재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오창공장에서 지난 7월 미국에 출시한 알리글로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혈장원료를 수입해 오창공장에서 완제품을 제조한 후 다시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다.
국내 공장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해외보다 원가 개선에 유리하지만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는 의약품 관세 정책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트럼프는 이번 재선공약으로 필수의약품 생산 자국화를 위해 관세부과, 수입제한 등의 조치를 예고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의약품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리글로와 같은 면역글로불린 제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지정한 필수의약품 대상에 속한다.
그는 이어 "이것은 매우 시급한 문제"라며 "미국인의 생명이 위태로워지고 있으며 이는 대통령으로서 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 2020년 대통령 재임 당시 필수의약품 생산 자국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적이 있다. 이는 이듬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행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출한 관련 제안을 철회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는 동안 의약품 부족현상은 악화했다. 지난 3분기 기준 미국병원약사회(ASHP)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부족한 의약품 수는 277개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1분기(323개)와 비교해 큰 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중에는 면역글로불린 제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 FDA도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미국계 제약사 BPL이 제조하는 면역글로불린 5%, 10% 제제를 공급부족 품목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밖에 알부민 등 다수의 혈액제제가 공급관리 품목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아직 정책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자칫 관세를 부과했다가 공급부족, 약가인상 등의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 면역글로불린 제제에 대한 관세 적용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붙는 의약품 종류가 확정되면서 구체화되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며 "약가 인상으로 인한 의료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책 방향성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알리글로의 생산량이 늘며 해외 공장을 인수하거나, 설립할 가능성도 있다. 녹십자는 지난 2020년 스페인계 제약사 그리폴스에 북미에 있는 혈액원을 매각했다가 올해 ABO홀딩스로부터 미국 내 혈액원을 인수한 바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알리글로의 매출추이를 지켜보면서 내년 오창공장의 증설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해외 공장 설립이나 인수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