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고조에 유가 급등…정유사 골머리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실적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제품가격에서 원유가격 등 제반 비용을 제했을 때 정유사들이 실질적으로 갖게 되는 순익이다. 통상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추락한 정제마진, 코로나 이후 최저점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올 3분기 정제마진이 배럴 당 평균 3.5달러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1분기(7.3달러) 대비 반토막 난 수치로, 전년 동기(9.6달러)와 비교했을 땐 63.5% 급감한 수준이다.
2분기 평균 3.5달러였던 정제마진은 7월과 8월 4.3달러로 소폭 상승했으나, 9월부터 두드러진 하향세가 분기 평균치를 깎아 먹었다. 정제마진은 9월 들어 2.1달러로 바닥을 쳤다. 이달 3일 기준으로도 2.5달러에 머물며 하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길어지는 경기침체가 정제마진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로 석유제품 관련 수요가 줄어든 배경이 주효하다"고 진단한다. 반등을 위해선 확실한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최근 제품 수요가 워낙 적다 보니 마진이 최저 폭까지 떨어진 상황"이라며 "정제마진이 개선되거나 반등하려면 가령 경기 성장 혹은 금리 대폭 인하 등 상황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상승 기조를 띄고 있다는 점이다. 정제마진을 도출하는 수식이 '제품가격-원유가격'인 점을 감안했을 때, 원유가격이 오를수록 마진은 줄어든다. 제품가격이 이미 최저점인 현 시점에선 더욱 치명적이다.
호르무즈 막히면 '최악의 시나리오'
실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중동 정세가 출렁이면서 국제유가는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전일 대비 6.2% 오른 75.17달러에 거래됐다. 75달러대로 오른 것은 지난 9월 3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도 오름세다. 지난 3일 WTI는 전장 대비 5.1% 오른 배럴당 73.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 주에만 8% 가까이 치솟았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도 5.0% 급등, 배럴당 77.62달러를 기록했다.
조 실장은 "이스라엘-이란발 사태로 원유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유가가 치솟은 만큼 제품가격도 올라야 마진 방어가 가능하지만, 경기가 위축된 현 상황서 유가까지 높아지면 수요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 불안정성 심화에 따른 불안 심리 탓에 단기적 정제마진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 수급의 핵심항로다. 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의 석유 운송로이자 전 세계 석유의 약 20%가 이곳을 지난다. 특히 한국은 전체 수입 원유 가운데 7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는데, 유조선들 대부분이 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올 3분기 예상 영업이익으로 각각 3203억원, 2155억원을 예상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6.3%, 74.9% 하락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