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뚝심 통했다…두산에너빌, 체코 잭팟에 '함박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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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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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해외 수출…원전 부활 신호탄
박정원 두산 회장, '팀 코리아' 총력 지원
두산 원전사업, 애물단지서 효자로
그래픽=비즈워치
K-원전 수출을 위한 ‘팀 코리아’가 체코에서 30조원짜리 잭팟을 터뜨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가 국내 원자력발전업계의 본격적인 부활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체코 원전 사업에서 주기기 제작과 공급, 주설비 시공을 맡은 두산에너빌리티는 최소 8조원 이상의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심한 대내외 위기 속에서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뚝심 있는 원자력 사업 추진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17일(현지시각) 각료회의를 열고 한국수력원자력을 자국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번 수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이뤄진 두 번째 원전 수출이다. 특히 첫 유럽 진출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한수원이 주도하는 팀 코리아에는 같은 한국전력 그룹사인 한전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와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민간 기업이 함께 참여했다.

체코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km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km 떨어진 테믈린에 각각 2기씩 총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예상되는 총 사업비만 최소 30조원으로,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다. 사업비는 한수원과 체코의 추가 협상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지만 체코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선 확정된 2기 건설 사업비만 4000억 코루나(한화 약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수주 불씨' 되살린 두산

팀 코리아의 중심에는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 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는 앞서 UAE 바라카 원전 수출 때도 핵심 기자재 공급을 담당했다. 두산은 이번 사업에서 주기기 제작과 공급, 주설비 시공 등을 맡는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한다.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공급할 계획이다. 

두산스코다파워는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터빈 전문 제조사다. 지난 2009년 두산그룹에 합류한 이후 유럽과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사가 보유한 수소·가스터빈과 같은 무탄소 발전 기술을 두산스코다파워에 전수해 체코가 유럽 내 무탄소 발전 전초기지 역할을 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현지 자회사를 통해 한국과 체코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유럽이라는 새 시장으로 진출할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지난 5월 체코 생산시설을 방문한 박정원 회장. /사진=두산
두산은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에 총력전을 펼쳤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 5월 직접 프라하 현지로 날아가 체코 정부와 금융기관, 현지기업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신규원전 사업 수주를 지원하는 행사를 열고 팀 코리아의 수주 당위성을 피력했다.

당시 박 회장은 "두산은 에너지와 기계산업 분야에서 오랜 기간 체코 정부를 비롯해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왔다"며 "해외수출 1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 성공적으로 주기기를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15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해외원전 수주에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체코 발판으로 시장 확대

사실 두산그룹은 그동안 원전 사업과 관련 무척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됐던 탈원전 정책으로 그룹의 핵심 사업이었던 원전 사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3월에는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 받아야 할 만큼 뼈를 깎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이후 두산그룹은 주요 자산과 계열사 매각, 유상증자 등 각고의 노력 끝에 1년 11개월 만인 2022년 2월 채권단 체제를 조기 졸업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HD현대에 넘겨줘야 했다.

이에 따라 박정원 회장은 위기 타파를 위해 협동로봇과 수소 사업을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하는 등 그룹 전반의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그 가운데서도 원전 사업은 놓지 않았다. 현재의 두산그룹을 있게 한 핵심 사업인 만큼 내실을 다져 기회가 왔을때 반드시 반등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번 체코 원전 수주가 두산그룹에게는 그 기회가 된 셈이다. 두산그룹은 이번 수주를 발판삼아 2026년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과 사우디아라비아 신규 원전 수주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체코 원전 수주와 오랜 기간 중동 지역 등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두산그룹의 영향력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향후 전망도 좋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30개국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두산그룹이 향후 글로벌 원전 수주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체코를 시작으로 대형 원전 수주 소식은 폴란드와 UAE, 네덜란드, 영국 등에서 이어질 전망”이라며 “소형모듈원자로(SMR)도 미국 대선 결과와는 상관없이 확대되는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석탄 발전에서 가스 발전으로의 연료 전환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수주 역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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