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떨어지는데, 대출금리 올리는 은행 왜?

입력
기사원문
노명현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금융채 5년물·코픽스 금리 하락세
자금조달 부담 축소…금리인하 요인
당국 가계대출 수요 관리 강조
부동산 안정 전까지 인상 기조 유지
은행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줄고 있다. 금융채 발행 금리가 떨어지고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지수인 코픽스 금리 역시 하락세다.

조달부담이 줄어든 만큼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출 여력이 생겼다. 하지만 가계부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가계대출 수요 조절 시그널을 보내면서 금리 인하를 통한 공격적인 대출 영업에 나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수요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권에선 가계부채가 안정될 때까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운데, 그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부담이라고 토로한다.

금융채·코픽스 떨어지는데…대출금리는 상승

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금융채와 코픽스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3.5% 수준에서 이달 16일 기준 3.31%까지 하락했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은행들이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산정할 때 벤치마크 금리로 사용한다.

코픽스 금융채 월별 금리 추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국내 물가 역시 하향 안정화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 금융채 금리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지수인 코픽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6월중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 금리는 3.52%로 전달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에 이어 주담대 금리를 또 다시 인상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우리은행도 아파트 담보대출 가운데 5년 변동금리 상품 금리를 0.2%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주담대 중 은행채 3년과 5년물 기준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할 예정이다.

이달 들어 일시적으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하단이 2% 후반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은행들의 이번 금리 인상으로 주담대는 3.2%에서 많게는 4% 후반까지 금리가 형성될 전망이다.

한은도 우려한 가계대출, 당분간 고금리 불가피

은행들이 시장금리 흐름과 반대로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은 가계대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했고, 은행들 역시 당국 정책에 방향을 맞춰야 하는 까닭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7월의 절반 정도가 지난 가운데 가계대출 잔액이 전달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전체 증가 규모는 6월(5조3415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부터 은행권 대출행태 관련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규제 준수 여부와 각 은행의 가계대출 경영목표 수립·관리체계 등이 점검 대상이다. 

은행권에선 이번 현장검사는 실질적으로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수준이 연초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SR 준수 여부 등은 이미 DSR 산정을 위한 전산 체계가 갖춰져 있고, DSR 규제를 우회해 대출한도를 늘리는 것도 막혀 있어서다. 

한국은행 금통위 역시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우려를 나타내며 기준금리 결정 배경 중 하나로 꼽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 가격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하 기대가 외환시장과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을 통해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자산 증대도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해야하는데 최근에는 너무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다"며 "조달금리는 떨어지고 있지만 대출한도를 줄이는 효과를 위해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은행을 압박하는 상황이라 시장금리에 따라가면 당국 정책 방향과 반대가 돼버린다"며 "가계대출 수요가 잡히려면 부동산이 안정돼야 하는데 그 시점을 예상할 수 없어 당분간은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