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앞둔 케이뱅크, 가계대출 규제 복병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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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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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90% 가계대출…규제 강화 '사정권'
신용대출 옥죄면 개미들 자금줄도 위축 전망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케이뱅크에 가계대출 규제가 예상 외 복병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케이뱅크의 핵심 수익원이 가계대출인데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 성장 모멘텀에 '의문부호'가 새겨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기업공개(IPO) 흥행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때, 가계부채 대출 규제가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조달을 위축시켜 흥행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케이뱅크가 IPO '대어' 라는 이유

금융권 안팎에서는 케이뱅크가 올해 하반기 IPO '대어' 중 하나라고 본다. 최근 성장세가 가파른 데다가 정부의 정책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까지 고객 1147만명을 확보하는 등 양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5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쓰며 질적으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도 밝은 편이다. 은행업은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케이뱅크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케이뱅크가 상장한다면 주당순자산가치(PBR)가 현재 주요 은행주를 뛰어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는 상장 후 3년간 높은 여신 성장이 예상돼 PBR 2.7까지 가치 부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올해 1분기 말 기준 사업 포트폴리오가 가장 유사한 카카오뱅크의 PBR은 1.68이다. 

가계대출이 '복병' 이라는 이유① 사업 포트폴리오

시장에서 케이뱅크 상장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의외의 복병으로 가계부채를 꼽는다. 정부는 최근 빠르게 치솟고 있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고심중이다. 당장 추가 대출 규제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내년 하반기에는 3단계가 적용된다.

스트레스 DSR은 기본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수준이 종전 25%에서 50%로 올라간다. 기타 제반 사항이 같다고 가정하면 금리가 오르는 셈이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도입되면 자연스레 은행의 사업영역 중 가계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DSR 자체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바탕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 만큼 한도 역시 줄어들기 때문이다. 차주들의 민감도가 높은 두 부분을 동시에 옥죄기 때문에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케이뱅크는 소상공인 대출 시장에 진출해 있기는 하지만 가계대출이 핵심 사업영역 중 하나여서 스트레스 DSR의 도입 영향을 더욱 세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전체 여신은 14조7554억원인데 이 중 13조7063억원(92%)가 가계대출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금융당국이 주문했던 중·저 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맞춰 최근 아파트 담보대출 위주로 여신을 키우고 있었다"라며 "최근 주택관련 대출이 폭증하고 있어 정부가 스트레스 DSR2단계 도입과 함께 가계대출 옥죄기, 특히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케이뱅크에 더욱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계대출이 '복병' 이라는 이유② 개미들 '돈줄' 위협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도입되면 종전에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되던 DSR이 신용 대출 등에도 확대된다. 신용대출을 받을때도 연간 원리금 상환금액에 따라 한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계대출 규제가 케이뱅크의 IPO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IPO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만큼 투자심리 위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굵직한 IPO가 있을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은 신용대출을 적극 활용해 투자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은 매달 가계의 대출 동향을 내놓는데, 최근에는 고금리 여파로 가계의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간혹 기타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때는 IPO 일정과 겹쳤고, 금융당국 역시 IPO에 대한 투자수요가 대출 잔액 증가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HD마린솔루션, 제일엠앤의 공모주 청약이 있던 지난 4월에는 기타대출이 6000억원 가량 늘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잔액이 줄어들었던 기타대출이 상승세로 반전한 것이다. 

앞서 2021년 4월 SK바이오팜 청약 당시 기타대출이 무려 11조8000억원이나 늘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SK바이오팜 청약을 앞둔고 이틀동안 전 금융권 기타대출이 9조6000억원 늘어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해 7월부터 8월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청약 일정을 앞두고 은행권 가계대출은 수조원대 증가세를 보였고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이 있던 2022년 1월에는 연초 3주간 9조원 이상의 뭉칫돈이 가계대출을 이끌기도 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공모주 열풍이 불면서 개인들도 상당한 수준을 투자하고 있어 상장 이후 초반 주가의 흐름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이 예전보다 커졌다"라며 "이 과정에서 청약증거금 마련, 상장 이후 투자를 위해 신용대출을 받는 개인들도 상당히 많아진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규제로 인해 개인이 빌릴 수 있는 대출의 규모가 줄어든다면 IPO 흥행에도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라며 "대출 규제가 IPO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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