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텍, 기술이전 전략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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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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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까지 진행하고 기술이전
빅파마 수요 높고 계약금 규모 커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기술이전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약물을 이전하지 않고 임상시험을 직접 수행해 약효 등의 데이터를 확보한 물질을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임상 데이터가 있는 약물에 대한 빅파마(거대 제약사)의 관심이 높은 데다 기술이전을 하면 더 큰 규모의 계약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최근 개발 중인 이중항체 ADC(항체약물접합체) 후보물질 3개의 임상시험을 직접 수행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상장 이후 첫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파이프라인 하나당 임상 1상 시험을 수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약 400억~500억원으로 측정해 총 1400억원을 조달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 중 하나의 후보물질을 임상 1상 시험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됐을 때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전까지 'ABL202', 'ABL301' 등 자체 개발한 이중항체 후보물질 대부분을 후보물질발굴이나 전임상시험 단계에서 기술수출해온 바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개최한 기업설명회에서 이전과 달리 중·후기 임상단계에 있는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는 새로운 딜(거래) 전략을 공개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마찬가지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까지 'LCB73', 'LCB20A' 등 주로 임상시험 이전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을 기술수출해왔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이처럼 개발이 어느 정도 진척된 상태에서 신약후보물질을 이전하려는 이유는 기술이전에 성공하면 전임상 단계에 이전한 것과 비교해 더 많은 선급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옛 얀센)에 글로벌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던 ADC 후보물질인 'LCB84'를 약 17억달러(2조3400억원)에 이전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제약사가 거둔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이전 성과다. 전체 계약금 중 반환의무가 없이 지급되는 선급금은 1억달러(1370억원)에 달한다.

이보다 앞서 종근당은 지난 11월 임상 1상 시험을 끝낸 신약후보물질 'CKD-510'을 노바티스에 선급금 8000만달러(1100억원)를 포함한 13억500만달러(1조8000억원)에 이전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같이 이중항체 ADC를 개발하는 중국계 제약사인 시스티이뮨은 지난 연말 임상 1상 시험 중이던 후보물질 'BL-B01D1'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에 약 84억달러(11조5800억원)에 이전하기도 했다. 계약금은 8억달러(1조1000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비록 지불해야 하는 계약금 규모가 크지만 임상 단계에 있는 후보물질 도입을 선호하는 추세다. 임상에서 약물의 효능이나 안전성이 일부 입증된 만큼 향후 물질을 도입해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위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회사인 JP모건체이스는 지난해 글로벌 빅파마의 기술도입 동향을 분석한 결과, 빅파마들이 후보물질발굴이나 전임상 단계에 있는 물질을 도입한 건수는 지난 2022년 84건에서 2023년 51건, 12건에서 10건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임상단계(1·2·3상)에 있는 물질을 도입한 사례는 같은 기간 모두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빅파마가 기술도입한 임상 1상 시험단계에 있는 후보물질은 2022년 8개에서 지난해 15개로 약 두 배 증가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후보물질발굴이나 전임상 단계에서 물질을 이전하면 전체 계약금은 커 보일 수 있지만 곧바로 손에 쥘 수 있는 선급금이 작다는 한계가 있다"며 "임상을 진전시키면 선급금 규모를 키울 수 있고 임상 데이터에 관심이 있는 빅파마 등 좋은 파트너를 만날 기회도 늘어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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