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능력 갖춰도 판단은 재판부 몫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 항소심에서 자신의 동선이 담긴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하며 전문가 감정에 들어갔다. 구글 타임라인 기록이 증거로서 증명력을 갖게 되면 김 전 부원장의 알리바이 입증에 있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지난 1일 김 전 부원장 측이 요청한 구글 타임라인 감정 절차를 밟기로 했다. 재판부는 감정인을 지정해 오는 9월30일까지 감정 결과를 제출하라고 지휘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5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인근 사무실에서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에게 1억 원을 받았다고 금품 수수 시점과 장소를 특정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이 특정한 시점의 특정 장소에서 1억 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뒤집기 위해 2심에서 구글 타임라인을 증거로 제출했다. 구글 타임라인은 스마트폰의 위치정보시스템(GPS) 등을 통해 실시간 위치 기록을 온라인에 저장하는 서비스다.
김 전 부원장 측이 제출한 구글 타임라인 기록이 감정을 거쳐 증거능력이 인정되면 간접증거로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디지털 증거의 경우,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동일성(원본과 제출된 사본이 같음), 무결성(자료 훼손이 없음) 등이 증명돼야 한다. 구글 타임라인의 경우, 위치 정보가 실제와 다르게 기록될 수 있고 수정과 편집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어 감정 절차와 진위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서는 구글 타임라인이 피고인의 동선 파악용 증거로 쓰이는 경우가 흔해졌다"라며 "다만 형사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휴대폰을 압수한 뒤 검찰이 구글 타임라인을 통해 동선을 파악하는 경우가 더 많다. 피고인 본인이 증거로 구글 타임라인을 제출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과거 판례상 피고인의 구글 타임라인 기록이 주요한 증거로 인정돼 무죄를 끌어낸 일도 있다. 지난 2020년 클럽 '버닝썬'과 경찰 사이 연결고리를 했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전직 경찰관 A 씨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A 씨가 버닝썬 내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하는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받았다고 의심했다. A 씨는 1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됐으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A 씨가 돈을 건네받았다는 장소(호텔)에 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2심 재판부가 무죄로 뒤집은 것이다. 2심 재판부는 A 씨가 제출한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주요 증거로 봤다. 타임라인 기록상 A 씨가 호텔 근처에 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졌다.
반면 구글 타임라인이 증거능력을 갖더라도 유죄를 입증할 다른 증거가 충분할 경우엔 큰 효력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지난 2021년 대법원에서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그 예다. 김 전 지사는 2심에서 수행비서의 타임라인을 증거로 내세우며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참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김 전 지사의 주장을 배척했고 다른 증거를 살펴봤을 때 김 전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보고 승인했다 판단했다.
예상균 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파트너 변호사는 "구글 타임라인을 피고인이 제출하더라도 감정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하고, 감정을 거쳐 증거로 제출되더라도 다른 증거들과 같은 여러 가지 증거 중 하나이기 때문에 법관이 (판단에 있어) 취사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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