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두산밥캣 합병 논란 주목…"비전 제시해야" 목소리도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보로틱스 합병 추진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한 두산밥캣 소액주주의 반발이 거세지자, 연내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면서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이 주주 반발은 물론, 시장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묘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매각 주체들의 주가는 연일 하락 중이며, 여전히 불만을 제기하는 소액주주를 포함해 전문가들도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면서 좀처럼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또 최근 국회에서 열린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두산밥캣 합병 관련 질문이 등장하는 등 정치권까지 여파가 확산하면서 합병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오는 9월 2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확보할 자사주를 오는 11월 소각하는 방안을 결의한다. 보유 중인 자사주 15만6957주에 더해 주식매수청구권으로 더해진 자사주까지 합병 법인의 신주로 발행하지 않고 일괄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두산밥캣의 자사주 소각 방침은 최근 그룹이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에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 후 반발이 거센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주들의 반발은 여전한 모양새다. 두산밥캣 주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주주토론방 등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를 거의 4분의 1 감자하면서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이라니. 합병비율은 거의 무상 몰수 수준아닌가?", "지배구조 개선? 밸류업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어려울 땐 힘들다고 유상증자, 전환사채로 주주들 호주머니 털어가더니 조금 살만해지니까 물적분할, 인수합병, 상장폐지"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과거 두산밥캣의 미래 가치를 믿고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은 두산밥캣의 자발적 상장폐지가 부당하다는 것은 물론, 두산밥캣 1주에 두산로보틱스 0.63주가 배정되는 합병비율 또한 두산밥캣의 미래 주주가치를 현저히 떨친다며 반발해 왔다.
특히 합병비율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현 주가 수준을 토대로 합병 비율을 정했으나, 소액주주들은 두산로보틱스의 현 주가가 지난해 상장 초기부터 '로봇 테마주'를 타고 고평가돼 왔기 때문에 공정한 비율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23일 종가 기준 각각 4만8400원, 8만3500원에 주가가 형성돼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소액주주들의 주장은 힘을 더한다. 지난해 기준 연 매출 10조원에 육박한 두산밥캣은 영업이익 역시 3년 연속 연간 1조원을 넘어서고 있으나, 두산로보틱스는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긴 적도 없을뿐더러 4년째 연간 적자를 이어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의 주력 사업이 당장 실적을 내기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둔 로봇사업이라지만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기업과 1 대 0.63 비율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주장인 셈이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두산이)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두산의 두산밥캣 지분율은 13.8%에서 42%로 크게 상승하게 되지만, 만약 두산로보틱스가 지난해 10월 상장 당시 공모가 수준으로 평가됐다면 같은 거래에서 두산의 두산밥캣 최종 지분율은 18.7%에 머무르게 된다. 로보틱스의 고평가가 두산에 얼마나 이익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직전 한 달 동안의 시가 외 다른 방식의 합병가액 산출을 허용하지 않는 현 법령은 과거 기업집단의 자의적 평가·조작 우려를 방지한다는 의의가 있었으나 지금은 건전한 감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두산밥캣을 둘러싼 합병 논란은 정치권까지 퍼지면서 시장 우려를 더하고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가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는 방식을 포기하고 분할합병을 택한 것은 배임 혐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 후보자도 두산밥캣 합병에 대한 시장 우려를 공감하면서 주주들의 관심을 끌었다. 김 후보자는 "시장의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제도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을지 살펴보겠다"며 "왜 이렇게 결정됐고, 이 과정에서 어떤 편법이 있었는지를 다 알지 못하지만, 먼저 이를 추진하는 기업에서 주주에 대한 소통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이 소액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넘어 각계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정당성을 각계에 제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신주 발행 물량이 감소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오르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을 달래고 시장 우려를 잠재울 하나의 대안이 될 순 있다"면서도 "결국 두산밥캣 주주들이 이번 합병을 통해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를 받아야만 하는 이유를 두산로보틱스만의 분명한 미래 성장성이나 주가 부양책 등으로 설명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email protected]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