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기로에 선 김범수…카카오, 경영쇄신·AI 등 '올스탑'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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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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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속영장 신청…22일 심사
카카오 변호인단 "심히 유감"
구속 시 AI·글로벌·경영쇄신 작업 차질 불가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된 가운데, 향후 카카오 그룹의 경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에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김범수 창업자. /남용희 기자


지난해 하이브와 혈전 끝에 SM엔터테인먼트를 손에 넣은 카카오가 사상 최대의 사법리스크에 직면했다.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카카오 고위 경영진의 주가 조작 혐의를 조사하던 수사당국의 칼날이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게 향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는 하반기 신규 인공지능(AI) 서비스 공개 등 굵직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김 창업자의 구속 가능성에 초긴장 태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검찰은 김범수 창업자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김 창업자가 지난 9일 검찰에 출석해 20시간이 넘는 밤샘조사를 받은 지 약 일주일 만이다. 오는 22일 진행하는 영장 실질심사에서 법원이 김 창업자에 대한 영장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그는 구속 상태로 전환돼 수사를 받게 된다.

현재 카카오 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은 시초는 지난해 3월 SM엔터 인수로 꼽힌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SM엔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케이팝 명가로 꼽히는 SM엔터의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과 발굴 노하우, 사업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뛰어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카카오가 SM엔터 인수 당시 경쟁사였던 하이브를 견제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투입해 주가를 띄우는 '시세조종'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또한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의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는 '대량보유보고' 규정을 어긴 것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진행되던 카카오 관련 재판은 최근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사모펀드업체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 지모씨에게 SM엔터 주식 1000억원을 매입하면, 그 대가로 SM엔터의 굿즈사업권을 넘겨주기로 했다고 증언하며 급물살을 탔다.

업계에서는 김범수 창업자의 실제 구속 여부를 쉽사리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SM인수 당시 카카오 그룹의 투자총괄대표였던 배재현 전 대표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배 대표는 올해 3월까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반면 주가조작 이후 카카오 그룹 전체로 퍼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논란에 연루된 김성수 카카오엔터 전 대표와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은 두 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카카오 측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SM엔터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인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바가 없다"며 "이 건은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매수였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왼쪽)와 김소영 카카오 준법과 신뢰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카카오


수사 당국의 칼날이 김범수 창업자를 겨누면서, 향후 카카오 그룹의 쇄신과 경영 방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는 2022년 줄곧 맡아왔던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고, 카카오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 조직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의 센터장 직함만을 유지해왔다. 특히 그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카카오의 해외 사업 발굴에 집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김범수 창업자를 포함해 주요 경영진을 향한 사법리스크가 불거지자 그는 지난해 12월 경영 복귀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쇄신'과 'AI 시대의 먹거리 발굴'을 두 가지 과제로 꼽았다.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의 복귀와 함께 적지 않은 변화를 맞았다. 카카오 본사에 정신아 대표를 사령탑으로 앉혔고,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를 꾸렸다.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의 복귀 이후 '문어발식 경영'으로 지적 받았던 계열사 줄이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22일 기준 카카오의 소속 국내 회사 숫자는 129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대비 9곳이 줄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사업리스크 해결을 위해 향후 카카오VX를 비롯한 카카오기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 만큼, 김 창업자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다.

기술 기업으로서 AI 사업 역량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카카오 앞에 놓인 과제 중 하나다. 올해 카카오는 전담 AI 조직을 꾸리고, 이를 AI모델 연구·개발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을 합쳐 '카나나'를 꾸렸다. 카나나는 AI 서비스 발굴을 중심으로 하는 '카나나 엑스'와 AI 모델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카나나 알파'로 나뉜다.

카카오는 AI 역량을 집결해 연내 '서비스형 AI'를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아직 서비스형 AI의 형태나 방향성 등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AI 관련 투자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원천이라는 점에서 김범수 창업자의 뜻과 방향이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확보와 우수 기업 M&A 등의 투자 결정에는 김 창업자의 의견이 필수라는 분석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출범 이후 총수인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 기로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당연히 대규모 투자와 해외 진출 방안 등의 결정은 '올스탑' 상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카카오뿐만 아니라 모든 IT 기업이 AI 시대를 맞아 가장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향후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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