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한 vs 친윤, 진흙탕 전당대회…"이대로면 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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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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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판장 사태 논란, 서병수 "우리는 파트너" 우려 목소리
용산 당무 개입설...김건희 여사 메시지로 악재 되풀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게 보낸 문자가 뒤늦게 공개되면서 전당대회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한동훈·윤상현·원희룡·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지난 5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 참석했다. /배정한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22대 총선에서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게 김건희 여사가 보낸 문자가 뒤늦게 공개되면서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 간 내분이 격화하고 있다. 한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제2의 연판장 사태'로 비화하면서 당내에서는 "이대로면 전당대회 이후에 분당을 걱정해야 될 수준"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용산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설까지 제기되면서 후보 간 난타전이 이어지자,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경고했다.

8일 김 여사 문자 공방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간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자 결국 당이 제재에 나섰다. 서병수 선거관리위원장은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들과 차담회를 하고 후보자 진영간 네거티브에 우려를 표했다. 서 위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리는 전당대회가 끝나면 다 같이 힘을 모아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파트너"라며 "이번에 불거진 연판장 사건 등은 반발에 부딪혀 실현이 안 됐지만, 앞으로 이런 일에 본격적으로 제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대로면 전당대회 이후로도 내분을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이 나오자 당 차원에서 앞장 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누가 되든 이대로면 당은 분당 수준의 내분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국민의힘 선관위는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한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회견을 준비하는 데에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민의힘 당규 제34조에 따르면 당원이 아닌 자,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중앙당 및 시도당 사무처당직자 등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및 반대 여부를 묻는 행위는 선거운동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줄 세우기' 등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했다.

한동훈 당대표 후보의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으로 인해 용산 당무 개입설이 제기됐다. 지난 1월 23일 충청남도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에서 만나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배정한 기자


이번 논란은 당내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한 후보 사퇴 촉구 회견 동참 여부를 묻는 연락을 돌리면서 촉발됐다. '성찰과각오' 구성원(조광한·이상규·박종진 등)이 주축이 됐다고 한다. 1월 총선 정국에서 김 여사가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한 후보에게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다섯 차례나 대국민사과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한 후보가 이를 무시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해당 연락을 받은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끝내 무산됐다. 선관위원인 박종진 위원은 선관위에 사의를 표했고, 선관위는 '주의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후보가 여사 문자를 두고 '당무 개입'이라고 말하면서, 당협위원장들 모두 한 후보가 당정 관계를 회복할 생각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데에 경악했다"라며 "제2의 연판장 사태라고 하는데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프레임에 잡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판장 사태는 지난해 열린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초선 의원 53명이 나경원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를 막기 위해 연판장을 돌렸던 사건이다. 한 후보를 꺾으려는 해당 움직임을 두고 과거 연판장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후보는 이를 '구태 정치'라고 지칭하고 정면 돌파에 나섰다. 한 후보는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축제의 장이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당 위기 극복과 전혀 무관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총질 하고 있지 않나"라며 "언제부터인가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틀린 말이 됐다. 혹시, 우리는 분열하고 있지 않나. 당을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나"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계파할 것 없이 민심 이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 참패 후 비대위 체제에서 치러지는 선거임에도 '용산 당무 개입설' 등 당 쇄신과 거리가 먼 악재들이 되풀이되면서다. 친한계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내가 싫다고 해서 '누구 나오지 마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당 외부에서 국민들이 봤을 때 모양도 안 좋고, 당의 불공정성만 부각이 돼서 지탄을 받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친윤계 의원 역시 통화에서 "과거 나 의원 연판장 사태랑 완전히 다르다"면서도 "전당대회가 끝나면 서로가 또 하나가 돼야 하는데, 축제가 돼야 하는 이 상황에서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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