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MBC 재직 시절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한 의혹이 오늘(7월 2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다. 청문회 위원들은 이 후보자가 대전MBC 사장과 서울 MBC 부장·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았을 당시 골프장·호텔·백화점·노래방 등의 결제 내역을 제시하며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단 1만 원도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의 법인 카드 부정 사용 의혹은 첫째, 노래방·골프연습장·유흥주점 등 업무와 무관한 것으로 간주되는 곳에서 결제. 둘째, 자택 500m 이내의 개인 목적 사용. 셋째, 백화점·호텔 등에서의 고액 지출 등이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사는 대치동 아파트에 반경 500m 이내에서 (법인카드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확인해 봤는데 총 41회 약 400만 원 정도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라며 “도곡점 슈퍼마켓에서 법인카드로 20만 원 사용한 것으로 나오는 데 사적으로 쓴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이어 이 후보자가 2017년 법인 카드를 사용한 대치동 자택 인근 보리밥집의 메뉴판을 보여주며 12000원 소액을 여러 건 결제한 것에 대해 업무와 상관없이 한 끼 식사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법인 카드를 혼자 사용할 수 있다며 자신이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보는 동안 수행기사가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답변했다.
● 이진숙 후보자: 때로는 수행기사가 따라 오겠죠. 제가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보는 동안 수행기사가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이정헌 의원: 수행기사가 혼자 식사를 하거나 후보자께서 혼자 식사할 때 법인카드를 사용해도 됩니까?
● 이진숙 후보자: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이정헌 의원: 법인카드 사용을 할 수가 없습니다. 법인카드를 개인카드처럼 쓰면 됩니까? 후보자님의 월급 안에 식비도 다 들어가있고요. 수행기사의 월급에도 식비가 다 들어가 있습니다.
- 이진숙 후보자 청문회 2024년 7월 24일
이 후보자의 답변은 MBC 법인카드 사용 규정에 어긋난 발언이었다. 이정헌 의원이 제시한 MBC 법인카드 사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법인카드로 개인비용분 사용금지’ 조항이 있다. 회사 비용으로 처리가 가능한 경우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법인카드 미처리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개인 비용분은 반드시 개인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비용에 법인 카드를 사용한 경우는 사유서를 첨부하도록 돼 있다.
이 후보자가 대전 MBC 사장 사임서를 제출한 2018년 1월 8일 제과점 2곳에서 과자류를 결제한 내역에 대해서도 부정 사용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제과류를 산 후에 직원들에게 나눠줬다고 청문회 전에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정헌 의원은 당시 MBC 직원 발언을 근거로 “(후보자는) 제과류를 산 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고 하는데 그것을 받았다고 하는 사람은 1명도 없다”라며 “이것을 명확하게 주장하시겠다면 누구한테 줬는지를 말씀해 주셔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직원은 마지막 한 달 동안은 이 후보자가 거의 출근을 하지 않았다며 전체 직원들한테 선물을 했다면 소문이 날 텐데 완전 처음 듣는 일이라고 했다.
그 기간에 사장 역할을 안 한 거잖아요. 마지막 한 달 동안 거의 안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출근도 안 하는데 업무추진비를 썼다는 건 솔직히 말이 안되죠. 본인은 계속 해명을, 논리를 만들어 내는 거고 굉장히 이진숙답다(생각했습니다) 굉장히 이진숙스럽게 본인이 그런 식으로 반박을 할 수 있구나, 전체 직원들한테 일종의 그런 거(제과류 나눠주기)를 하면 소문이 나잖아요. 사장이든 누구든 뭐를 하면 최소한 3일에서 1주일 내에는 뭐를 했는데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는 완전 처음 듣는 일이죠.
- 당시 MBC 직원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진숙 후보자가 사장 임기 만료 3개월 전인 2017년 12월 1일부터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왔다며, 당시 노조에서 업무용 차량과 법인카드 사용 문제를 제기하자 차량은 반납하고 법인카드는 계속 사용을 했다는 제보 내용을 청문회 위원들에게 공유했다.
이훈기 인천 남동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MBC 본부장 시절 주로 5성급 호텔 결제만 5천만 원 가량 했다고 지적했다. 대전 MBC 사장 시절에도 골프장에서 법인카드 2천만 원을 결제했고 서울과 대전의 백화점에서도 30번 넘게 법인카드를 결제했다며 공영방송 간부가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쓴다는 걸 국민들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숙 후보자는 광고와 협찬을 유치하기 위해서 정당한 영업 활동으로 사용한 것이며 단 만 원도 업무 외에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CEO가 광고 유치를 하거나 협찬 유치를 하는 것이 아주 거의 90% 이상이 그런 업무입니다. 우선 제가 영업실적을 말씀을 드리면 제가 부임한 것이 2015년, 2015, 2016, 2017, 3년인데.. 15개 지역사 중에서 2015, 2016년 2위 했었고, 2등을 했었고.. 경영 실적이 2017년에는 1등을 했습니다. 지역사 중에서. 저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게 이렇게 영업 활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런 실적이 나왔다고 말씀드립니다. 단 1만 원도 업무 외에 쓴 적이 없습니다.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이진숙 후보자가 2009년에서 2015년 사이 호텔에서 216건에 5900만 원, 63빌딩 고급식당에서 141건에 7497만 원을 법인 카드로 사용했고, 해당 기간에 주말 사용이 342건, 8503만 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주말에 사용한 법인카드도 정상적인 영업 활동 과정에서 결제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저희는 토, 일요일이 따로 없고요. 그 다음에 주말 골프 이렇게 말씀들 하시는데 그럼 주중에 골프를 하면 또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저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했을 뿐입니다. 일반 기업에서 보면 정말 웃을 일입니다.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백화점에서 고가의 명절 선물을 구매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2012년 추석 직전에 500만 원, 2013년 설 직전에 1천만 원가량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이 후보자는 백화점 사용 내역에 대해 “기억은 나지 않지만 물건을 샀다면 선물을 했을 것”이라며 “업무용으로 썼다”라고 답했다.
법원은 2012년 MBC 파업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 기소된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의심받을 행동이 없도록 해야 하지만 김 전 사장은 오히려 공적 업무에 사용해야 할 법인카드를 휴일에 호텔에 투숙하거나 고가의 가방·귀금속 등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면서 “반성 없이 업무와 관련한 사용이라며 부인하고 있어 엄격한 법적용이 필요하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피고인은 공영방송인 MBC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처신이 곧 회사의 이미지를 좌우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직위에 있으므로 혹시라도 의심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는 공인으로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오히려 공적인 업무와 관련해서만 사용해야 할 회사의 법인 카드를 주말 및 휴일 등에 호텔 투숙, 고가 가방 및 귀금속의 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서도 이를 진심으로 반성하기는 커녕 계속해서 마치 '내가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모두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식의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주장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 서울 남부지방법원 2014고단339 업무상배임, 감사원법위반
뉴스타파는 이진숙 후보자가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 내역 2586건 중 사용처 주소지가 확인된 2032건을 지도에 표시해 공개한다. 이 후보자는 골프장 및 골프연습장 24개 영업장에 40회 방문해 2028만 원을 지출했다. 또 백화점 6개 영업장에 34회 방문해 1543만 원, 호텔 21개 영업장에 233회 방문해 1억 1203만 원, 노래방 5개 영업장에 6회 방문해 124만 원을 지출했다.
※ 이진숙 법인카드 사용내역 시각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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