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활비 검증③ 특활비 감찰 당일 3억 6천만 원 대량 살포

입력
기사원문
조원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어떻게 썼을까. 이 검증은 현직 대통령이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자격과 자질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것과 같습니다. 뉴스타파는 우여곡절 끝에 윤석열 총장의 특수활동비 1년 치 지출 기록을 확보했고, 그 검증 결과를 오늘 1차로 폭로합니다. - 편집자 주

<‘윤석열 특수활동비’와 대통령의 자격>
① ‘70억’… 총장 윤석열의 특수활동비 ‘현금 저수지’ 규모 추산됐다
② ‘초법적’ 세금 집행… 윤석열 총장 ‘70억 현금 저수지’의 실체
③ 하루 3억 6천 800만 원… 윤석열, 특수활동비 감찰 당일에 특수활동비 ‘대량 살포’
④ 
윤석열 직무배제 기간에도 총장 몫 특수활동비는 집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임기 중 ‘특수활동비 사적 유용’ 논란으로 감찰을 받던 2020년 11월 13일 하루 동안 대량의 특활비를 지급한 사실이 검찰총장실 장부를 통해 확인됐다. 대검찰청 감찰부 조사가 진행되던 이날, 하루 동안 80명에게 나눠 준 ‘검찰총장 몫’ 특활비는 3억 6,800만 원으로 윤 총장 재임 기간 중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특수활동비 사적 유용’ 논란으로 조사를 하던 시점에 벌어진 이례적인 특활비 대량 집행 자체도 의문을 낳고 있지만, 검찰 특활비 전달 방식을 고려했을 때 장부가 사실과 다르게 기재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시 특활비 집행과 관련한 뉴스타파 질의에 대검찰청은 답변을 거부했다. 

뉴스타파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지난 1월, 대검찰청으로부터 2020년 하반기(7~12월)에 생산된 대검 특활비 지출 증빙기록을 확보해 분석했다. 기록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2020년 11월 총장 비서실이 현금으로 조성해 별도 관리하는 이른바 ‘검찰총장 몫’ 특활비 5억 6,871만 4,000원을 모두 120명에게 나눠 지급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11월 13일 하루 동안 3억 6,800만 원을 80명에게 나눠 준 사실이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즉 검찰총장 비서실이 작성한 ‘검찰총장 몫’ 특활비 장부를 통해 확인됐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0년 11월 13일 '검찰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집행하고 증빙한 '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


대검찰청이 현재까지 공개한 윤석열 검찰총장 재임 기간 특활비 증빙 기록(2019년 8월~2020년 12월, 17개월 치) 가운데 ‘검찰총장 몫’ 특활비 장부를 일자별로 분석한 결과, 2020년 11월 13일 집행한 특활비의 총금액과 수령자 숫자는 다른 날을 압도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11월 13일 특활비를 나눠 준 80명 중 30명은 계좌 입금으로, 나머지 50명은 현금으로 전달했다고 기록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재임 기간 중 특활비 기록이 확보된 기간(2017.8~2020.12)을 대상으로 분석한 일자별 특활비 지급 내역이다. 
▽ 대검찰청이 공개한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시절 '검찰총장 몫' 특활비 일자별 지급 내역. 2019년 8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7개월 월 동안 3억6,800만원을 지급한 2020년 11월 13일 집행 금액이 다른 날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개월 치 특활비 집행 기록 가운데 하루 동안 3억 6,800만 원을 지급한 2020년 11월 13일이 특활비를 가장 많이 쓴 날이었고, 두 번째는 2억 4,900만 원을 지급한 2020년 12월 14일, 세 번째는 1억 8,200만 원을 집행한 2020년 9월 16일이었다. 수령자 규모에서도 2020년 11월 13일이 8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2020년 7월 3일(36명), 2020년 9월 18일(32명) 순이었다.

17개월간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찰총장 몫’ 특활비를 집행 흐름을 고려하면, 대검찰청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특활비 증빙 기록(2021년 1월1일~3월 4일)에 금액이나 수령자 숫자 면에서 11월 13일을 넘어서는 날이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20년 11월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내 측근들에게만 특활비를 몰아준 게 아니냐는 ‘특활비 사적 유용’ 논란이 불거진 시점이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20년 11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쓴다”고 발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다음 날인 6일, 법무부는 대검찰청 감찰부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활비 사용 내역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특활비 사적 유용’ 논란을 중심으로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의 갈등이 정치권까지 번지면서 11월 9일에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직접 대검찰청을 방문해 특활비 기록의 열람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대검찰청은 ‘검찰총장 몫’ 특활비 장부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의원들의 검증은 사실상 무위에 그쳤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11월 13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례적인 대규모 특활비 집행이 이어졌던 것이다. 

단지 우연일까. 뉴스타파는 당시 대검 감찰부장을 지낸 한동수 변호사로부터 2020년 11월 ‘검찰총장 몫’ 특활비를 둘러싼 대검 내부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한 전 부장은 지난 1월 출간한 ‘검찰의 심장부에서’라는 책을 통해 “2020년 11월 13일 법무부 장관의 공문 지시에 회신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검찰총장은 나를 빼고 감찰2과장과 직접 특활비 자료에 대한 조사 방식 등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한 전 부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특수활동비 자체가 이른바 ‘윤 사단’을 비롯한 특정 인물, 특정 사건 담당자에게만 집행된다는 의혹이 있어 확인하고 보고하라는 법무부의 지시가 있었다”며 당시 대검 감찰부가 검찰총장 몫 특활비 조사에 착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판사 출신으로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연루 검사들에 대한 감찰 과정 등에서 윤 총장과 잦은 충돌을 빚었던 한 전 부장은 조사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 

한 전 부장에 따르면, 당시 조사는 부하 직원인 전 모 감찰2과장이 검찰총장실 접견실에서 ‘검찰총장 몫 특활비’ 증빙 기록을 열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바로 이날이 11월 13일이었다. 대검 감찰 2과장은 11월 13일 오후, 조사를 마치고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법무부에 보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장은 “너무나 단시간에 진행된 조사였고 인력도 제대로 투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 보고서의) 결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사와 관련해 조사 범위와 대상, 조사 방법, 조사 인원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진 바가 없다.

한 전 부장은 이 같은 당시 상황을 전제로 11월 13일, 윤석열 총장의 특활비 집행 기록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 전 부장은 “특활비를 받았던 경험에 비춰보면, 11월 13일 집행은 극히 이례적이어서 사실상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해 보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검찰총장실 특활비 장부가 실제 집행 내용과는 다르게 기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전 부장이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 전 부장에 따르면, 검찰총장이 ‘현금 특활비’를 지급하는 방식은 보통 세 가지이다. △총장실 비서관이 수령자를 찾아가 전달하거나, △검찰 총장이 특정 장소를 방문해 직접 주거나, △수령자를 검찰총장실로 불러 지급하는 경우 등이다. 한 전 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총장 비서관이 자신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특활비 돈봉투’를 건네고 지급 일자와 명목 등이 미리 기재된 집행내용확인서에 서명을 받아가는 첫 번째 방식으로 대부분의 특활비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이 받은 검찰 특수활동비 봉투. 겉면에 '국정 수사 정보 활동지원'이라고 써 있다. 
▲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이 재직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으로부터 지급 받았다는 특활비 봉투. 지급자로 '검찰총장 윤석열'이라고 써 있다. 


그런데, 11월 13일에는 계좌 입금을 제외한 50건의 특활비가 모두 현금으로 지급됐다. 검찰총장 접견실에서 감찰부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특활비 실무 책임자인 비서관이 자리를 비우고 50건을 전달했거나, △윤석열 총장이 직접 당사자를 찾아다니면서 현금 봉투 50개를 지급했거나, △다수의 인원이 감찰부 조사가 진행 중인 검찰총장실을 방문해 50개의 현금 봉투를 받아 갔다는 이야기가 된다. 모두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 전 부장은 검찰총장 비서실 장부의 11월 13일, 특활비 집행 내역이 허위로 기재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감찰 조사가 진행됐던 2020년 11월 13일 대량의 특활비가 집행된 배경이 무엇인지 △대규모 특활비를 집행해야만 하는 기밀 수사 또는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이 실제로 있었는지 △특활비 집행 증빙 기록이 당일 집행 사실에 부합하게 작성됐는지 등을 질의했으나 대검찰청은 답변하지 않았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