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배달에 다 죽는다"…울분 터진 배달기사·점주들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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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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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건수 늘었는데 운임은 삭감…노예화 다름없어"
"2만원짜리 치킨 팔면 배달 플랫폼이 6000원 가져가"


8월22일 오후 2시경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참가자가 '배달 플랫폼 규제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배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이 배달 중개 수수료율을 인상하자 자영업자와 기사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무료배달을 앞세워 소비자를 유인해 놓고 정작 그 비용은 자영업자에게 떠넘겼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배달기사들의 운임을 삭감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8월22일 오후 2시경 배달기사와 점주, 시민사회 등 5개 단체에서 모인 100여 명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소나기가 내리는 등 궂은 날씨에도 이들은 우비를 쓰고 '플랫폼을 위한 음식값 상승은 가게도, 소비자도 원하지 않는다' '배달 플랫폼 규제하라' '라이더·점주 다 죽는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자영업자들은 한목소리로 수수료율을 인상한 배달 플랫폼을 비판했다. 피세준 굽네치킨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배달 플랫폼이 6000원 이상 가져간다"며 "무료 배달을 하자고 요청한 적도 없는데 배민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고 배달비 결정권을 잃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참가자가 '플랫폼을 위한 음식값 상승은 가게도 소비자도 원하지 않는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배달 플랫폼의 무료배달은 결국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년째 서울 강동구에서 덮밥집을 운영해 온 이아무개(28) 사장은 "배달 플랫폼이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음식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며 "덮밥 하나를 팔아서 3000원가량을 남기는 우리 같은 영세 식당은 손님이 떠나갈 것을 감수하면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경남 양산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전미숙(가명)씨는 "자영업자들은 배달 플랫폼이 무료로 봉사하길 바라지도, 전화로 주문받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것도 아니"라면서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는 플랫폼으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가 피해 보는 현실을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배달 플랫폼의 '최혜 대우'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그동안 배민과 쿠팡이츠는 음식 가격과 할인 행사 등을 다른 배달앱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 때문에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다른 플랫폼에서 음식을 저렴하게 팔 수 없었다고 점주들은 호소한다. 만약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배민1플러스 가게로 선정될 수 없어 주문율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참여연대 등은 배민이 업주의 배달비 결정권을 빼앗고 최혜 대우를 요구하는 등 경영간섭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8월22일 오후 2시경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참가자가 '배달 플랫폼 규제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집회에 참석한 배달기사들은 배민이 운임을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B마트 서비스의 기존 운임은 3000원 이상이었는데 최근 2200원으로 낮아졌다. 10건 배달하면 3만원 벌 수 있었는데, 이제 2만2000원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며 "무료배달 등으로 배달 건수는 더 늘어났을지 몰라도 기사들의 운임은 삭감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0년 차 배달기사인 강아무개씨는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배달 건수가 많은데, 하루 일당 15만원을 포기하고 목소리를 내러 왔다"면서 "배민에서 기사들을 노예화하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배민이 늘어난 배달 건수를 감당하기 위해 기사 채용에만 급급할 뿐, 안전 문제에 대해선 뒷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음식 배달을 하는 이들은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플랫폼이 가입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사실상 무보험 상태로 거리를 달리는 기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3년 차 배달기사 김아무개씨(42)는 "최대한 교통 법규를 잘 지키려고 해도 '조리 완료'라는 문구만 보면 기사들은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며 "무보험 상태의 기사들과 시민이 부딪혀 교통사고라도 나면 피해를 입은 시민은 보상도 못 받는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배달 플랫폼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피세준 회장은 "배달 플랫폼은 법이 없다는 이유로 갑질 운영을 대놓고 하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플랫폼법을 만들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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