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적 수감생활 인정받아 오는 30일 가석방 예정
생활고 때문에 중병을 앓는 부친을 방치해 사망토록 한 일명 '간병살인' 사건으로 복역중인 20대 남성이 가석방을 앞두고 있다.
25일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 등에 따르면, 현재 경북 상주교소에서 복역중인 남성 A(25)씨가 오는 30일 가석방될 예정이다. A씨는 존속살해 혐의로 지난 2021년 11월 징역 4년형을 확정받고 복역해왔다.
현행법상 유기징역을 선고받은 수형자는 형기의 3분의1이 경과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A씨의 경우, 모범적인 수감 생활 등을 이유로 최근 법무부 가석방 심사위원회에서 가석방 적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외동아들인 A씨는 2021년 4월경부터 심부뇌내출혈, 지주막하출혈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50대 부친 B씨를 집으로 데려와 돌보기 시작했다. 생활고 탓에 부친의 입원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부친을 집으로 데려온 A씨는 B씨에게 처방약을 주지 않거나 치료식을 정상 공급량보다 적게 주기 시작했다. 당시 B씨는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인해 사실상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같은 해 5월쯤 숨진 B씨의 사인은 영양실조 상태에서의 폐렴, 패혈증 등으로 추정됐다.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는 '범행에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1·2심 재판부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는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았다.
다만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A씨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사실, 생활고로 치료비 및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부친을 사망토록 했다는 사연 등이 알려졌다. 이후 이 사건은 이른바 '간병살인'의 대표적 사건 중 하나로 자리매김 했다.
한편 A씨는 가석방된 후엔 전태일의 친구들 회원 등으로부터 사회 적응에 필요한 각종 도움을 받게 될 예정이다. 전태일의 친구들 측은 A씨의 수감 후 매달 면회를 가거나 필요한 물품 등을 넣어줬고, 전태일·이소선 장학재단 1호 장학생으로 선발되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