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 악몽' 떠오른다…티몬·위메프 사태에 커지는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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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4. 오후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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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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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산하 기업 잇단 결제금 지연…상품 취소 등 이어져
판매자 이어 고객 이탈 가속화 예상…신뢰도 하락 우려
큐텐 "정산 정상화 총력…내달 중 '에스크로' 시스템 도입"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에서 대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업체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받지 못한 결제 대금은 최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들에서 구매한 상품이 취소되면서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1년 상품권 판매로 환불 대란이 일었던 '머지포인트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메프 사옥 ⓒ위메프 제공


정산 지연 사태 일파만파

정산 지연 사태는 위메프에서 시작됐다. 지난 8일 위메프 입점 점주 500여 명이 지난 5월 상품을 판매한 대금을 지급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위메프는 지난 17일 판매자 공지를 통해 연이율 10%의 지연 이자 지급, 지연 금액의 10% 포인트 지급 등 보상안을 내놓고, 이달 말까지 정산을 마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약속된 정산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판매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티몬에서도 정산 지연 사태는 이어졌다. 티몬은 지난 22일 판매자 공지를 통해 "(위메프 사태 이후) 일부 판매자 판매 중단 등으로 당사 상품 거래에까지 영향을 줘 거래 규모가 일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정산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부득이하게 정산금 지급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티몬·위메프와 제휴를 맺고 있던 모두투어, 하나투어, 노랑풍선 등 국내 여행사 상품은 22일부터 대부분 판매가 중단됐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오는 25일까지 밀린 대금을 달라는 내용 증명을 티몬·위메프에 보내 유사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숙박이나 항공권 등 상품 취소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여행사는 상품을 이미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티몬의 정산 지연으로 부득이하게 해당 상품 판매를 철회한다"며 구매 취소와 환불을 안내하는 공지를 보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행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많아, 갑작스러운 취소 공지에 불만을 표출하는 글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수 올라왔다.

플레이스토리가 공지한 환불 접수 안내 ⓒ연합뉴스


선불충전금에도 환불 문의 줄이어

이번 사태를 놓고 2021년 발생한 '머지 사태'를 떠올리는 시각도 있다. 머지 포인트 상품권은 음식점·편의점 등에서 20% 할인된 가격에 쓸 수 있다며 판매한 상품권으로, 2021년 돌연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를 축소해 환불 대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머지 포인트를 운영하던 머지플러스의 자본금은 30억원 대로, 선결제 대금으로 서비스를 유지했던 머지플러스는 1000억원 넘게 발행된 상품권의 환불을 진행하지 못했다.

최근 큐텐의 '자금난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티몬이 판매한 선불충전금(티몬 캐시)과 상품권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티몬 캐시 판매 페이지에는 '미사용 티켓 환불제 미적용 상품'이라는 환불 규정이 명시됐지만 환불 문의가 줄줄이 올라와 있다. '환불 요청이 하루가 넘었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다' '머지 포인트처럼 망하는 것 아니냐' 등의 내용이다.

머지 사태의 피해가 소비자나 영세 자영업자 등 개인에 집중됐다면, 이번 사안은 오픈 플랫폼 특성상 피해 범위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플랫폼의 신뢰도와도 직결되는 사태가 불거지면서 온라인상에는 회원 탈퇴 인증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산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티몬과 위메프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제3의 금융기관과 연계한 '에스크로' 방식의 정산 시스템을 다음 달 중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전한 제3의 금융기관에 대금을 보관하고, 고객이 구매를 확정하는 즉시 해당 기관에서 곧바로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빠른 정산시스템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티몬·위메프 측은 "상품 결제 대금의 지급 안전성을 강화하고 빠른 정산을 지원하고자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며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 고객의 신뢰를 높일 방안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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