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공통 QR 결제 도입했지만…"누가 쓸까"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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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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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단말기 보급부터 '삐걱'…가맹점주 사비로 구매해야
점유율 '80%' 삼성페이 시장, QR 결제 위치 불투명


8개 신용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와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모바일 QR결제를 위한 공통 규격을 마련하고 서비스를 도입했다. ⓒ챗GPT


신용카드사들이 모바일 QR결제 공통규격을 마련하고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난관이 예상된다. 결제 가맹점이 적을 뿐만 아니라 이미 입지를 다진 삼성페이 등 간편 결제 사업자들과의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카드업계에선 야심작인 만큼 차근차근 지평을 넓혀간다는 입장이지만 때 아닌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8개 신용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와 여신금융협회는 모바일 QR결제를 위한 공통 규격을 마련하고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는 하나로마트‧이케아‧이디야‧매머드커피‧메가MGC커피 등 5개 브랜드 가맹점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그간 신용카드사별로 QR코드 규격이 상이한 탓에 가맹점마다 QR결제가 가능한 카드사가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가맹점이 소비자가 쓰는 신용카드와 같은 QR 규격을 사용하지 않으면 결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카드사들과 VAN사(부가가치통신사업자), 간편결제사들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수차례 협의와 테스트를 거쳐 글로벌 표준인 EMV QR코드를 규격으로 하는 공통 규격을 마련했다.

EMV는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의 앞 글자를 딴 약자로 글로벌 표준으로 꼽힌다. 해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코드이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결제 편의성도 향상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소비자들의 결제 수단 폭을 넓히는 것은 물론 해외 간편결제사들도 국내 많은 가맹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결제 중 모바일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으며 실물 카드 결제 비중인 49.5%를 처음으로 앞섰다. 카드사들의 생존을 위해선 간편 결제 시장에서 입지를 더 넓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신용카드 ⓒ연합뉴스


하지만 업계의 기대와 달리 QR 결제가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으로 단말기 보급 문제가 거론된다. 가맹점 대부분이 카드 결제 단말기는 보유하고 있는 반면 QR 결제는 관련 법과 의무가 없기 때문에 단말기를 갖춘 곳이 적다. QR 결제를 위해 단말기를 가맹점주 사비로 구매해야 하는 탓에 범용성을 갖추는 것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단말기 보급 문제로 결제가 활성화 되지 않은 적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가 앞선다. 앞서 2018년 해외에서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가 대중화하자 7개 카드사들은 한국형 NFC 결제 서비스 '저스터치'를 출시했다. 하지만 대당 20만원 가량의 NFC 단말기 비용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카드사들이 단말기 비용을 분담하는 것으로 매듭 짓는 듯 했으나 논의가 진전되지 않으면서 단말기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재는 유명무실한 서비스로 전락했다. 공통 QR 결제 단말기 보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저스터치의 전례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들이 사용할 이유가 적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미 보편화된 간편 결제 수단이 다양한 상황이다.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페이를 필두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사의 간편결제가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는 추세다. 자체 결제망이 구축된 카카오페이의 가맹점은 103만 곳 수준인 데다 삼성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국내 대부분 점포에서 사용이 가능해졌다.

업계는 서비스 초기 단계인 만큼 예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공통 QR 도입은 경쟁이나 흥행이 아닌 소비자와 가맹점의 편익을 넓히고 더 편리한 결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운영에 대해선 업체 간 지속적인 협력과 법·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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