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영업 간다…금융사, 신종자본증권 흥행 봇물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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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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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자본증권 완판 행렬…금리 매력으로 리테일 투심 자극
미매각 우려, 금리 부담 덜어…외형 성장 위한 기회라는 판단


최근 금융사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찍어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운 공모 시장에서도 흥행하자 여러 금융사에서 적극 활용되는 양상이다. 그간 건전성 관리를 위해 발행하던 흐름에서 공격적인 외형 성장을 위한 자본 조달 수단으로 발전한 모습도 포착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건물 ⓒ 시사저널 박정훈


상반기 발행 '러시' 이유는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지난 8일 진행한 신종자본증권 수요 예측 결과 총 1000억원 모집에 354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목표액의 3배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카드는 앞서 지난 3월 2220억원, 5월 178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한 바 있다.

한화생명과 메리츠금융지주도 최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완판에 성공했다. 한화생명은 총 3000억원 규모의 수요 예측에서 356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총 1000억원 규모의 수요 예측에서 2배가 넘는 234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통상 30년 이상으로 길어 채권의 성격을 지닌 자본성 증권이다.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돼 자금을 끌어오면서도 재무 지표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금융사들은 주로 재무 지표를 개선하고 손실흡수능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왔다.

기존에는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큰 은행과 금융지주들의 신종자본증권이 인기가 있었다.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의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신용등급과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대형 금융사들이 선호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2년 ABL생명보험과 한화손해보험 등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이 줄줄이 미매각 난 반면 비슷한 시기에 발행에 나섰던 시중은행들은 증액 발행까지 나서며 흥행한 바 있다. 투자 수요를 채우지 못하면 미매각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매겨야 한다. 또 미매각 물량을 떠안는 주관 증권사들의 부담도 커지는 만큼 안정성이 담보된 금융사가 아니라면 발행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 투자 시장 열기가 뜨거워지자 금융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적기라고 판단한 모습이다. 높은 금리를 앞세워 리테일 시장에서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자본증권은 변제 순위가 후순위채보다 낮아 위험부담이 큰 만큼 금리 매력이 높다.  이번 롯데카드의 경우 최종 발행금리가 5.68%로 확정됐다. 시중은행 신규 예금 금리가 3%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리테일 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하기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카드업계의 경우 기존에는 사모 시장에서만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왔다. 하지만 이처럼 긍정적인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공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모 발행은 투자자 확보가 용이하지만 공모 시장보다 금리가 높아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단점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안정적인 자금 운용 측면에서 조달 금리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달 우려만 없으면 공모 발행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신종자본증권 연료로 성장 안 멈춘다

시장 열기를 바탕으로 금융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목적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엔 재무지표 개선과 손실흡수능력 재고에 초점을 뒀다면 최근엔 공격적인 영업을 위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 들어 세 차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롯데카드는 둔화된 카드업계에서도 꾸준히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취해온 것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롯데카드의 총자산은 23조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1% 가량 증가했다. 카드사 평균 자산 증가율(4.9%)의 2배 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부채도 늘었다. 롯데카드의 올해 1분기 기준 레버리지배율은 7.28배로 카드업계 최고 수준이다. 레버리지 배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카드사가 부채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을 조달해 영업 성장에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자본적정성은 개선한다는 판단이 나온 배경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카드자산 및 금융자산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수익 창출력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제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유동성과 건전성을 보강해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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