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기업 매출 증가해 세수 더 증가할 것"
정부의 상속세 완화 방침에 따라 '최대주주 주식할증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50%인 상속세율을 30%까지 낮출 경우 최대 2만6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업에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줄 경우 유보자본이 증가하면서 설비투자가 늘고, 그 결과 노동수요와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10일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최대주주 주식할증 폐지로 최고 상속세율을 현행 60%에서 50%로 끌어내릴 경우 일자리는 3000개, 설비투자와 실질GDP는 각각 4000억원, 7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주주 주식할증 폐지와 함께 상속세율도 30%까지 인하할 경우엔 파급효과는 더욱 커져 일자리는 2만3000개, 설비투자와 실질GDP는 각각 2조9500억원, 4조7000억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자리 2만3000개는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임직원수(1분기 현재 2만3399명)와 맞먹는 규모다. 아울러 설비투자 증가분 2조9500억원은 지난해 설비투자(215조원)의 1.4%, 실질GDP 증가분 4조7000원은 지난해 실질GDP(2243조원)의 0.2%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대주주 주식할증 폐지와 동시에 최고 상속세율을 OECD 평균인 26%로 낮추면 파생 효과는 더욱 커진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2만6000개에 달하며, 설비투자와 실질GDP는 각각 3조3000억원, 5조3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세율 인하로 인해 실질설비투자가 증가하는 모습은 그리스에서 이미 확인됐다. 세계 톱 저널인 금융저널(Journal of Finance)에 게재된 2015년 논문에 따르면, 그리스는 2003년 유한책임회사에 대한 상속세율을 20%에서 1.2%로 인하한 결과 가족기업의 투자가 4.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라정주 파이터치 연구원장은 "상속세율을 인하하면 자본 한 단위를 자식에게 물려줌으로써 얻는 한계효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업은 자본을 더 늘리게 된다"며 "자본량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노동 수요량(일자리), 재화 생산량, 이윤은 모두 크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명예교수의 모형을 기반으로 가업상속세율을 반영한 동태일반균형모형이라고 라 원장은 설명했다.
"상속세 감면, 장기적으론 세수 증대 효과"
재계에선 상속세 개편을 절체절명의 과제로 보고 있다. 한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 제도가 아예 없는 15개국을 제외한 19개국의 세율 평균(26%)의 배에 달한다.
여기에 '최대주주 주식할증'을 합할 경우 상속세율은 최고 60%까지 뛴다. '최대주주 주식할증'은 상속재산을 평가할 때 대기업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일반주주 주식 평가액보다 20%가산하는 제도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는 해당 기업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외에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24년째 고정된 상속세 과세표준은 자산가격 상승 등 최근의 경제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서울에 있는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해도 상속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통상 10억원이 넘으면 상속세 부과 대상인데,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2억원에 달한다. 그 결과 상속세 납부자수는 2020년 1만 명을 넘어 지난해 2만 명에 육박했다. 상속세 개편이 부자와 대기업뿐 아니라 중산층과 일반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정책과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세제개편의 일환으로 상속세 개편을 우선순에 두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최대주주 주식할증' 폐지를 추진키로 했다. 다만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상속세 완화가 여전히 '부자감세'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라 원장은 "최근 정부의 상속세 감면 정책으로 단기 세수 감소를 우려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매출이 증가해 세수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