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유승민? '反尹 낙인' 한동훈 '배신의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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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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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원희룡‧윤상현 尹-韓 갈등 언급하며 '朴탄핵' 상기
한동훈 "공포마케팅" 반발 속 TK 등 '집토끼 당심' 주목
"어대한? 당심은 달라" 對 "레임덕에 反尹 오히려 무기"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다." (나경원 후보)

"인간관계를 하루아침에 배신하고 어떤 신뢰를 얘기할 수 있나." (원희룡 후보)

"'절윤'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윤상현 후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후보를 향한 당권 주자들의 견제구가 점차 거칠어지는 양상이다. 이른바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전망이 고개를 들자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일제히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을 거론하며 한 후보의 '신용 불량'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 후보의 '반윤(反윤석열) 낙인'의 득실을 두고는 정치권의 의견이 분분하다. '당심'이 중요한 전당대회에서 대통령과의 갈등설이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과, 당내 '윤심'이 약화된 탓에 반한(反한동훈) 진영의 '자충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공존한다. 분명한 것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가 받는 성적표가 곧 '당원이 매긴 윤석열의 점수'가 될 것이란 점이다.

2020년 2월13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후 첫 지방검찰청 격려 방문으로 부산고등·지방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동지'에서 전대 앞 '공적' 된 韓

지난 총선 당시 한 후보를 비판한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는 거의 전무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침체되자 각 후보들은 이른바 '대통령 마케팅' 대신 '한동훈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계파를 막론하고 후보들은 이른바 '셀럽 정치인' 한 후보의 지원 유세를 바랐고, 이 과정에서 한 후보와의 각별한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 역시 총선 당시엔 한 후보의 우군이었다. 특히 '이‧조 심판론'(이재명‧조국 심판론)에 공을 들였던 한 후보는 '이재명 저격수'로 나선 원 후보와 여러 차례 합동 유세를 진행했다. 두 대권 잠룡의 친분은 총선 후에도 이어졌다. 한 후보는 지난 5월 서울 모처의 한 식당에서 원 후보와 저녁 식사를 하며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앞두고 두 후보의 인연은 악연이 된 모양새다. 원 후보가 등판 직후 한 후보의 경력과 자질 문제를 거론하며 '배신자' '초보운전자' 등의 원색적인 비판을 가하면서다.

원 후보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에게는 (대통령과의) 소통, 신뢰관계, 경험 세 가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 후보가 '채 해병 특검법'의 국민의힘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2017년 경험을 안 해봐서 순진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한 후보가 당권을 쥐면 야권의 탄핵 시도가 현실화될 것이란 주장을 편 셈이다. 또 원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둡고 험한 길을 가는데 길도 제대로 모르는 초보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을까 무섭다"며 한 후보의 부족한 정치 경력을 지적했다.

지난 총선 당시 한 후보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나섰던 나경원 후보도 한 후보와 대통령의 관계를 문제 삼고 나섰다. 나 후보는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다음날 진행된 경기 지역 당원 간담회에선 한 후보를 겨냥해 "재집권을 위해 다음 대선에서 이겨야 하는데, 필요충분조건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며 "대통령을 망가뜨리고 혼자 잘났다고 하면 우리 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의 △비대위 공천 갈등 △윤 대통령의 식사 초청 거절 △'채 해병 특검법' 추진 발언 등을 언급하며 '대통령 탈당' 우려까지 제기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가 될 경우 (윤 대통령의) 탈당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을 거론하며 "그 상황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야당이 탄핵으로 갈 때 국민의힘 108명 의원이 똘똘 뭉칠 수 있나?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자들의 공세에 한 후보는 맞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네거티브 공세'를 지양하겠다는 게 한 후보 측의 방침이다. 다만 한 후보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부 후보들이 '공포마케팅'에 여념이 없다"며 "그런 공포마케팅은 구태이자 가스라이팅이고, 확장은커녕 있던 지지자들도 쫓아내는 뺄셈과 자해의 정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모든 후보들이 '투표율 제고 캠페인'에 나서기를 제안한다"며 "최대한 많은 당원들과 국민들이 참여해 주셔야 이번 전당대회를 미래를 향한 반전의 계기로 만들 수 있다. 전당대회를 미래를 보여주는 정정당당한 축제로 만들자"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앞줄 왼쪽부터)이 6월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첫 번째 공부모임 ‘헌법 제84조 논쟁, 피고인이 대통령 되면 재판이 중단되는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박근혜 트라우마' 속 '집토끼' 반응할까

여당 전당대회 판이 '한동훈 대 반한동훈', '반윤 대 친윤'의 구도로 짜이면서 한 후보는 '일 대 다'의 공세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한 후보가 여당 당권 주자 중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경쟁 후보 측의 공세도 더 거칠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달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6명에게 국민의힘 차기 대표 적합도를 조사해 26일 발표한 결과 한 후보는 32.2%를 기록하며 원 후보(11.1%), 나 후보(10.4%), 윤 후보(6.0%)를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좁혀도 한 후보(63.0%), 원 후보(18.1%), 나 후보(8.3%), 윤 후보(3.1%) 순이다. (휴대전화 100% RDD 방식, 응답률 2.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를 참조)

여권 일각에는 위기감에 휩싸인 나‧원‧윤 후보가 '배신자 프레임'을 앞세워 보수 지지층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전례를 언급하며 한 후보를 사실상 '제2의 유승민'으로 각인시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유 전 의원은 과거 친박(親박근혜)계 및 박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운 뒤 탄핵에 찬성하며 '배신자' 낙인이 찍혔고, 그 결과 '당심'에서 멀어지며 대권 가도에서 일정 정도 밀려난 상태다.

실제 반한 진영에선 '당심'과 여론조사상 숫자가 일치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원희룡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인요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대표 선거가) 40%는 경북(등 영남)에서 결정된다. 지금 시작도 안 했다. 경남은 제가 갔다 왔는데 분위기가 다르다"며 "지금 여론조사가 뒤집힐 가능성이 90%는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레임덕' 흐름 탓에 '대통령의 배신자' 낙인이 되레 한 후보의 무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당정 지지율의 '디커플링'(분리)이 여권 내 핵심 과제가 된 상황에서, '친윤 마케팅'은 당원들에게 소구하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국민의힘의 최대 과제가 떠나간 민심을 되돌아오게 하는데 있음을 생각하면 민심 수용도를 놓고 한동훈과 다른 당권 주자들의 차이가 드러나는 상황은 한동훈에게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한 후보에게 일부 친윤계나 60대 이상 당원들은 반감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당의 변화를 바라는 청년 및 수도권 기반의 당원들은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결국 '당정 수평관계'를 강조하는 한 후보가 당선되느냐, '배신자'를 우려하는 다른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여당뿐 아니라 윤 대통령이 마주할 현실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의 거리를 벌린 한 후보가 당선된다면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한 후보가 낙선한다면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콘크리트 지지율'(지지율의 마지노선)은 유지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한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선 마땅한 요직을 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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