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A형 인플루엔자 환자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첫째 주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증상을 보인 의심환자 수는 99.8명으로 1주 전의 73.9명에서 1.4배 늘었다. 지난주에도 2016년 86.2명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이보다 환자가 더 늘었다.
이번 독감의 빠른 유행과 관련해선 A형 인플루엔자 원인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가 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유행 중인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과거에 대규모로 유행한 이후 백신 접종 등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기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는 새로운 변이가 등장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A형 인플루엔자 세부유형(아형)은 H1N1과 H3N2다. H1N1은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H1N1pdm09) 팬데믹의 원인 바이러스다. 이후 계절성 인플루엔자의 원인 바이러스로 자리잡았다. H3N2는 1968년 홍콩독감 팬데믹 이후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계절성 인플루엔자의 원인 바이러스다.
신형식 대전을지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은 "바이러스 자체는 과거 팬데믹 바이러스와 동일하기 때문에 만일 변이가 발생했다면 대규모 유전적 변화가 일어난 대변이가 아닌 작은 유전적 변화가 일어난 소변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이뤄졌던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생활수칙이 사라지면서 환자가 폭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플루엔자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감염되기 쉬운) 환자들이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철저한 방역수칙으로 발병을 피했다가 최근 들어 결국 인플루엔자에 걸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 환자는 매년 일정 수준 발생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수가 급속도로 감소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이 인플루엔자 감염과 회복 과정을 거치면서 항체를 획득해 이듬해에는 발병 위험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인플루엔자에 걸려 항체를 획득했어야 할 사람들이 그러지 못했고 이번에 대규모로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올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이 감소하고 접종 시기가 늦어지면서 유행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개를 저었다. 뛰어난 의료접근성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로 꼽히는 한국에서 접종률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