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늘리고 차량 개선해 좋은 평가
주민들 이동 늘어 지역 경제도 활기
편집자주
지역 소멸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토요일 상영합니다."읍내 나오는 길이 이젠 즐거워요."
지난 20일 오후 강원 정선군의 번화가인 정선농협 앞 버스정류장. 주말을 앞두고 먹을거리와 생필품을 한아름 손에 든 주민과 학생들이 차례로 앙증맞은 마스코트가 새겨진 버스에 올랐다. 65세 이상 노인과 초중고생은 무료이고 일반 군민은 단돈 1,000원이면 오일장에서 아우라지, 강원랜드가 있는 사북읍 등 정선 곳곳에 닿을 수 있는 '와와버스'다.
정선군이 4년 전 운수업체 3곳과 마을버스회사 4곳의 노선 운영권과 버스까지 몽땅 매입해 직접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 같은 요금이 가능해졌다. 여량면 주민 김옥연(69)씨는 "예전보다 버스가 자주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요금 부담도 사라졌다"며 "버스도 쾌적하고 안전해 읍내에 더 자주 나오게 되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1~3초 간격으로 와와버스 위치를 알려주는 스마트 정보시스템과 추위를 피해 몸을 녹일 수 있는 온열의자 등 편의시설을 갖춘 정류장도 대도시 못지않다. 스마트폰에서 관광열차나 시외버스 운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버스정보시스템(BIS) 같은 승객 중심 서비스 또한 눈에 띈다. 맹연빈(68) 북평면 장열2리 이장은 "날씨가 좋지 않거나 노후해서 제시간에 오지 않는 버스 타는 게 매번 고생길이었는데, 이제는 옛말이 됐다"며 "100점 만점에 95점"이라고 와와버스에 높은 점수를 줬다. 여기에 추가 요금 없이 1,000원으로 정선 지역 주요 관광지를 오갈 수 있는 와와버스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관광객에게도 고마운 존재로 자리 잡았다.
정선의 새로운 히트 상품 와와버스
정선군은 전남 신안군에 이어 전국 지자체 중 두 번째로 2020년 7월 버스 완전공영제를 시행했다. 동시에 운행을 개시한 와와버스는 어느새 교통복지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주민들도 마을 곳곳을 누비는 와와버스를 정선 아리랑, 오일장에 이은 또 하나의 히트 상품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는 게 후한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요금을 받지 않거나 저렴한 버스가 주민들의 교통복지를 끌어올리고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추진한 정책"이라며 "버스회사들에 지원하던 손실보전금 25억 원에 조금만 더하면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와와버스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와와버스의 효과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정선군이 이달 초 내놓은 용역보고서를 보면 완전공영제 도입 이후 매년 버스 승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86만5,330명이 버스를 이용해 도입 이전(33만9,309명)과 비교해 2.5배나 증가했다. 여기에는 완전공영제 이전 57개였던 노선이 75개로 늘어난 영향도 크다. 버스회사를 정선군이 인수해 운영하면서 차량이 22대에서 35대로 늘었고 운전기사 등 직원들의 처우 또한 좋아졌다.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7.5%가 와와버스 이용에 매우 만족(33.8%)하거나 만족(53.7%)한다고 답했다. 기사의 친절도와 노선 등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답변도 82%를 넘었다. 차량이 없거나 운전이 어려운 60대 이상 노인층의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 공영제 시행 이후 주민들의 외출 빈도도 이전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상걸(62) 정선군 번영회장은 "와와버스가 구석구석 달리며 그동안 대중교통망이 잘 닿지 않았던 여량·화암면 주민들의 교통 여건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이전보다 한 번이라도 더 시장, 병원을 찾게 돼 주민들 건강은 물론 지역 경제 측면에서도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영제로 100억 원 파급효과 발생"
무엇보다 지난 4년간 단 한 차례의 행정처분도 받지 않을 정도로 와와버스는 군민들의 '안전한 발'로 자리 잡았다. 와와버스를 앞세운 정선군은 강원도의 대중교통 서비스 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차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민들이 보다 쉽게 이동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56억 원), 대중교통 이용에 따른 교통사고 감소 및 의료비 절감(34억 원) 등 100억 원이 넘는 경제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정선군은 추산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친환경 전기버스 10대 도입으로 연간 400톤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등 기후 변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하루에 총 6,884㎞를 운행하는 촘촘한 대중교통망을 구축, 주민들의 이주를 줄이는 등 지역 소멸 극복에 일조한 것도 와와버스의 무시할 수 없는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이 열린 지난 1, 2월에는 선수단과 자원봉사자 2,030여 명을 하이원 리조트 등 경기장과 관광지 곳곳으로 태워 가 정선을 세계에 알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효율성 높인 대중교통 서비스로 진화"
버스 노선을 직접 운영하는 데 필요한 한 해 예산이 55억4,000만 원이라 공영제 이전 손실보전금보다 지출이 불어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정선군은 주민 만족도, 지역경제 활성화 등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부담할 만한 수준이라고 자평한다.
앞으로 정선군은 막차 시간을 늘리고 주말이나 휴일 증차, 와와버스 전용 앱 도입이 필요하다는 승객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서비스 개선에 나선다. 승객이 적은 곳에는 미니버스를 투입하고 교통카드 보급을 확대하는 등 효율성 향상에도 더욱 신경을 쓸 계획이다. 버스 광고 유치나 지역 행사와 연계해 매출을 늘리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최 군수는 "지금처럼 무료 또는 저렴한 요금을 바탕으로 마을 곳곳을 연결하면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등 반사이익이 클 것"이라며 "지역 의료와 관광, 농공단지까지 혜택이 돌아가는 대중교통 모델로 와와버스를 진화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