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인권위가 기관 차원에서 추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개인적으로 반대하거나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책의 유해도서 지정을 공동체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는 등 자신의 보수적 가치관을 명확하게 재확인했다.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 위원장은 인권위가 국회에 제출한 차별금지법 관련 업무보고 내용을 부정했다. 이석준 인권위 정책교육국장은 "평등과 차별금지법을 위한 법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업무보고했지만, 안 위원장은 이를 두고 "(차별금지법 업무보고는) 제 의사와 달리 전달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부처 수장이 명확하게 반대하는 사안이 국회 업무보고에는 '추진 업무'로 포함된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은 "인권위가 국회에 허위보고를 하는 것이냐"고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업무보고 내용을 부인하는 것이냐"고 묻자 안 위원장은 "내용이 조금 부실하고 전체적으로 제 의사와 달리 전달이 됐다"고 답했다. 그는 9월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인권위가 지금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한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많은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며 개인적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적이 있다.
경기 지역 학교에서 한강 작가의 책 '채식주의자'가 유해 도서로 지정된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선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보수 시민단체의 민원을 받고 도내 초중고에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이 담긴 공문을 전달했고, 이후 2,500여 권의 도서가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판단돼 폐기됐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자녀 교육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지역 공동체가 내부에서 형성된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이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발언 경위를 들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 상임위원은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피해자들이 주의를 하지 않아 스스로 너무 많이 모였다가 참사가 난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가 5·18 민주화운동보다 더 귀한 참사냐"고 발언했다. 서미화 민주당 의원이 안 위원장을 향해 "해당 발언을 혐오 발언으로 인정하냐"고 묻자 안 위원장은 "본인으로부터 이렇게 말하게 된 경위와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