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추가 교육해 의사 면허 주자"… 복수면허 소지자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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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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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의사 부족 한의사 활용 제안
의사·한의사 복수면허 소지자들
"기초 교육 부실" "교육량 차이 커"
"한의대서 가르치는 의사 늘려야"
의사 부족에 따른 의료대란으로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 부족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지역·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의사에게 2년간 추가 교육을 하고 의사 면허를 부여하자는 제안은 현실성이 있을까.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제안했으나 호응이 없어 사그라지는 듯했던 이 안이 "한의사들이 의대 교육과정의 75% 정도를 배우고 있다"는 과거 대한의사협회(의협)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재차 관심을 받고 있다. 양쪽 교육과정을 모두 경험한 의사와 한의사 복수 면허 소지자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한의협 "커리큘럼 유사" 의협 "양질, 현저히 떨어져"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대한한의사협회 기자회견에서 한의사 추가 교육을 통한 의사 부족 조기 해결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의협은 지난달 30일 "의대, 한의대 모두 개설된 5개교에서 한의사에게 2년 더 가르쳐 의사 면허를 부여해달라"고 제안했다. 필수 의료과목 수료와 공공의료기관 의무 투입을 전제로 뒀다.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를 충원하려면 통상 의대(6년), 전문의(5년), 군의관·공보의 복무(3년) 등을 거쳐야 하므로 짧아도 6년 이상 걸리지만, 한의사에게 추가 교육을 통해 의사 면허를 부여한다면 2년 만에 의사를 양성할 수 있어 의사 수급난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의협은 즉각 반박했다. "한의협이 단 2년의 교육만으로 의사 자격을 부여하자는 주장은 의과 교육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이를 폄하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지금도 한의대에서 의대 교육 커리큘럼을 흉내 내고 있지만, 그 양과 질은 모두 의과 교육과정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이후 추가적인 논의가 진척되지 않아 한의사 인력 활용을 둘러싼 논란을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의협이 과거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의대와 한의대 통합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간한 한 연구보고서를 이달 11일 공개하면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2012년 발간된 '의대와 한의대의 통합을 통한 의료일원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한의사들은 의사가 의대에서 배우는 내용의 4분의 3 정도를 배우고 있으나, 의사들은 한의사가 배우는 내용의 반도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복수면허 소지자들 "한의대, 의대와 교육량 차이 커"

10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한의사가 2년의 추가 교육을 받은 후 의사를 병행하자는 발상에 대해 의대와 한의대 교육을 모두 받은 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앞서 한국의사한의사복수면허자협회는 의대와 한의대 통합론이 대두된 2020년 8월 13일 성명서를 통해 "의대와 한의대의 교육을 모두 경험해 본 바로는 의학 과목의 이름만 비슷할 뿐, 한의대에서 배우는 현대의학 교육의 질과 양으로는 의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 면허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의사와 한의사 복수면허를 소지한 사람은 전국에 399명에 불과하다. 이 중 6명에게 직접 의견을 물은 결과, 대체로 '2년 추가 교육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한의대의 의대 교육을 더 충실히 하거나 추가 교육 기간을 2년보다 더 늘린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대를 졸업한 뒤 한의대에 진학해 복수면허를 획득한 A원장은 "과목은 같더라도 한의대에서는 해부학, 병리학 같은 기초 교육이 부족하고 임상 과목을 주로 배우는데, 그것도 전부 배우진 않는다"며 "(의대 과목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배워서 2년 추가 교육으로는 턱도 없다"고 부정적 의견을 냈다. 또 다른 복수면허자 B씨는 "의대와 한의대 사이에 교육량 차이가 컸고, 깊이도 달랐다. 과목이 있다고 해서 같은 교육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교수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의대와 커리큘럼이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교수진이 한의대 출신이어서 의대와 같은 수준의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비수도권에 있는 한의대 중 한 곳에선 의대 출신 교수가 없는 곳도 있었다.

서울에서 의원·한의원을 운영하는 C원장은 "의사가 와서 가르치는 과목이 기초 과목 몇 개 정도밖에 없고, 대체로 한의사가 양방에 대해 가르치는 식"이라며 "깊이 있게 배우지 못해 어떻게 보면 기초부터 배워야 하는데, 추가 교육 2년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양질의 추가 교육 보장되면 가능성"

지난 6월 3일 대구 한 의과대학 내 텅 빈 강의실에 의사 가운이 놓여 있다. 대구=연합뉴스


조건부 찬성 의견도 나왔다. 현재 상황으로는 어렵지만, 한의대에서 의대 과목을 가르치는 의사 교수가 더 늘어나 한의대에서 가르치는 양방 교육의 질이 올라가고, 충분한 추가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전제된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로 근무하다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D원장은 "같은 의학 공부여서 타과 출신보다 한의대 출신이 낫겠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교육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추가 교육 기간이 늘어나거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처럼 한의대 출신이 의대에 편입하는 식이라면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대는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총 6년 과정이지만, 4년제 의전원 방식처럼 편입을 활용하면 의대보다 빠르게 의사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의전원은 사실상 폐지된 상태인데, 한의사들이 의대에 편입해 4년 정도 추가 공부하는 방안을 제안한 셈이다.

대구·경북권에서 의원·한의원을 운영 중인 E원장은 "한의대에서 의대 과목을 가르치더라도 대체로 한의대 출신 교수여서 의대 수업과 질적으로 다른데, 우선 한의대에서 수업하는 의대 출신 교수가 늘어나야 한다"며 "한의대 과정에서 양방에 대한 기초 교육이 탄탄해지고, 양질의 추가 교육이 보장된다면 한의사를 의사로 양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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