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차에 갇혀 숨질 때 근무 경찰 모두 잤다... 순찰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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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30. 오후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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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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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차 사망' 40대, 파출소 문 두드렸으나
근무 직원 4명 모두 '쿨쿨'... 구조 기회 놓쳐
"차량 점검 대충 하고, 순찰은 안 해"
30일 경남경찰청에서 하동 진교파출소 순찰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 결과 브리핑이 열리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경남 하동경찰서 진교파출소 순찰차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은 차에 탑승 전 파출소를 찾아 문을 두드렸으나 당시 근무 경찰들이 모두 잠을 자 구조 기회를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예정된 업무인 순찰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업무 태만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 형사 처벌 가능성도 제기된다.

진교파출소 순찰차 사건을 조사한 경남경찰청은 30일 “직원들이 지정된 순찰 근무를 돌지 않고, 상황근무 시 잠을 자는 등 업무를 소홀히 한 점을 확인했다”며 “파출소 직원 총 16명 중 당시 휴가자 3명을 제외한 13명을 모두 전보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별도로 진행 중인 경찰청 합동 감찰 결과에 따라 징계절차도 밟을 예정”이라며 “고인과 유가족들께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A씨는 지난 16일 오전 2시 12분쯤 파출소 현관문 앞에서 3분간 머물며 문을 3차례 흔들었지만, 파출소에는 근무자 4명(상황 근무 2명, 대기 근무 2명)이 모두 자고 있어 A씨의 노크 소리나 인기척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통상 상황 근무자는 현관문을 볼 수 있는 1층 지정석에 앉아 신고 접수와 민원인 응대 등 업무를 해야 하고, 대기 근무자는 10분 내 출동 가능한 상태로 파출소 안에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상황근무자 2명을 포함해 3명은 2층 숙직실에서, 대기근무자 1명은 1층 회의실에서 잠을 잔 탓에 A씨를 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파출소 문이 열리지 않자 주차장 쪽으로 이동해 순찰차 2대(순18호·순21호) 중 문이 잠기지 않은 차(순21호) 뒷자리에 올라탔다. 순찰차는 뒷좌석 내부에선 문을 열 수 없고, 앞·뒷좌석이 안전칸막이로 분리돼 이동할 수 없다. 결국 차량에 갇힌 A씨는 36시간 만인 17일 오후 2시쯤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결과 사망 시각은 24시간 전인 16일 오후 2시, 사인은 고체온증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갇힌 A씨를 살리거나 사망 후 조기 발견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먼저 순21호 순찰차는 16일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1시간 동안 순찰을 하도록 지정돼 있었으나, 근무자가 잠을 자느라 순찰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포함해 A씨가 탑승한 16일 새벽 2시 15분쯤부터 숨진 채 발견된 17일 오후 2시 9분까지 약 36시간 동안 이 차량은 총 7차례 순찰하도록 업무계획이 짜여졌는데도 순찰을 단 1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근무교대 시 전임 근무자는 차량의 청결상태, 각종 장비의 정상작동 여부 등을 점검한 후 다음 근무자에게 인계해야 한다’는 매뉴얼(경찰장비관리규칙)대로라면 A씨가 순찰차에 탑승한 시점부터 발견 시점까지 3차례 점검해야 했지만, 이마저도 요식행위에 그쳤다. 경찰은 파출소 직원들이 서로 업무 태만을 묵인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남희 경남청 생활안전부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군 지역에 있는 3급지 경찰서에 대한 본청 차원의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역경찰의 인식전환 교육과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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