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보름 만에 중국 달려간 베트남 1인자… 시진핑, '운명공동체' 강조

입력
수정2024.08.19. 오후 6:25
기사원문
허경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또럼 베트남 서기장 18~20일 방중
'사회주의 형제국' 강조, 결속 과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또럼 베트남 공산당 총비서(서기장)가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또럼(67) 신임 공산당 총비서(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취임 보름 만에 중국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두 지도자는 상대국을 ‘주요 외교 파트너’라고 강조하며 우의를 과시했다. 특히 베트남을 두고 서방과 영향력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은 이번 럼 서기장 방중이 자국을 선순위에 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진핑 "주변국 외교서 베트남 우선순위로 여겨"



중국 관영 CCTV는 19일 시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럼 서기장과 회담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럼 서기장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중국을 택한 것은 양당과 양국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는 점과 중국·베트남 관계의 높은 수준을 나타낸 것”이라며 “중국은 항상 주변국 외교에서 베트남을 우선순위로 여겨왔다”고 말했다.

양국이 ‘사회주의 형제’라는 점을 확인하며 결속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공산당 리더십과 사회주의 제도를 지켜가면서 전략적 의의를 갖춘 중국·베트남 ‘운명공동체’ 건설을 계속해 심화해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왼쪽 두 번째) 중국 국가주석과 또럼(왼쪽 세 번째) 베트남 공산당 총비서(서기장)가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당대회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2013년 시 주석이 제안한 ‘운명공동체’는 각국 상생을 강조한 중국의 새로운 세계관으로, 미국 단일 패권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논리로 사용돼 왔다. 중국과 베트남은 지난해 12월 시 주석의 하노이 국빈 방문 당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넘어서는 ‘운명공동체’로 격상했다.

이에 럼 서기장은 “시 주석이 중국을 강하고 번영하는 국가로 이끌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양국 협력 문건에도 서명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베트남 '대나무 기조' 이어갈 듯



럼 서기장은 지난달 별세한 응우옌푸쫑 전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후임으로 이달 3일 선출됐다. 베트남은 공산당 일당 체제로, 당 서기장이 국가 최고 권력자다. 권력을 승계한 지 보름 만에 중국으로 달려가 시 주석 손을 맞잡은 셈이다.

이는 베트남이 중국과 경제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베트남 총 교역액의 25%를 차지한다. 로이터통신은 “베트남은 하노이·호찌민 고속철도 건설 등 대대적 철도망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며 “중국과 베트남이 양국 무역의 지속적인 성장을 원하는 상황에서 철도 협력은 럼 서기장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를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응우옌푸쫑 전 서기장과 회담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오고 있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중국은 럼 서기장이 미국보다 자국을 먼저 찾은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9일 사설을 통해 “(럼 서기장 방중은) 베트남 새 지도부가 양국 우호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증명한다”며 “(양국이) 서방 세계 보호주의 장벽에 공동 대응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남아시아 전략적 교두보인 베트남은 양측으로부터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있다. 이번 럼 서기장 방중을 통해 베트남은 ‘경제’라는 실리를, 중국은 ‘우호 과시’라는 명분을 얻어낸 셈이다.

다만 베트남은 큰 틀에서 강대국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대나무 외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럼 서기장은 다음 달 유엔 연차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