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함께 '커머스 삼총사'로 불렸는데...티몬·위메프는 어쩌다 최대 위기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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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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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티몬·위메프·인터파크 인수
올해는 美위시·AK몰까지 품어
나스닥 상장 위해 무리한 확장
지난해 큐텐서 정산 지연 ‘전조’
결국 위메프·티몬서 연쇄 뱅크런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유동성 문제로 입점 판매자(셀러)에게 거래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며 최대 위기에 빠진 티몬과 위메프는 한때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 삼인방'으로 불렸다. 셋 다 2010년 사업을 시작했는데 스마트폰 시대에 발맞춰 사람이 모이면 반값 특가에 물건을 파는 소셜커머스 붐을 일으키며 지마켓·옥션 등 1세대 업체들이 장악하던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쿠팡은 2014년부터 로켓배송을 시작하며 소셜커머스를 버리고 미국 아마존 모델을 따라갔고 티몬과 위메프는 오픈마켓으로 탈바꿈했다. 10년 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로 등극했고 티몬과 위메프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큐텐의 무리한 M&A, 부메랑으로

구영배 큐텐 사장. 큐텐 제공


갑작스러운 티몬과 위메프의 위기는 모(母)회사인 큐텐그룹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큐텐은 지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세운 회사다. 그는 2008년 지마켓을 미국 이베이에 매각한 뒤 싱가포르로 건너가 2010년 큐텐을 창업했다. 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구 대표는 2022년부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복귀했다. 지마켓을 매각할 당시 계약서에 쓴 ‘10년간 겸업금지’ 조항이 끝난 후다.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한 큐텐은 지난해에는 인터파크쇼핑과 위메프를 각각 사들였다. 올해는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와 백화점 AK플라자의 인터넷 쇼핑몰 AK몰까지 손에 넣었다. 큐텐은 이른바 ‘티·메·파크’ 인수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숨에 4위로 올라섰다.

반면 그룹의 재무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다. 애초에 큐텐은 잇따른 인수·합병(M&A)을 감당할 정도로 실탄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티몬·위메프 인수 모두 현금이 투입되지 않는 '주식 스와프' 방식이 활용됐다. 티몬·위메프 지분을 큐텐이 가져가고 기존 주주는 큐텐 자회사 '큐익스프레스'가 발행하는 새 주식을 받는 방식이었다. 그룹 전체 몸집을 키워 물류를 담당하는 큐익스프레스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였다. 그렇지만 상장은 계속 미뤄졌고 2월 위시 인수에 1억7,300만 달러(약 2,300억 원)를 투입하며 자금은 빠르게 말라갔다. 2023년 하반기부터 큐텐이 해외 셀러에게 판매 대금을 제때 주지 못한 경우가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감 커지자 셀러 ‘뱅크런’

24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위메프 사옥. 뉴시스


위태위태하던 그룹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7월 초 위메프 셀러 500여 명이 5월 상품을 판매한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황이 알려진 게 결정타가 됐다. 위메프 측은 "전산상 오류"라며 허겁지겁 불을 끄려 했지만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셀러들이 우르르 위메프·티몬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고 그 영향으로 이들 기업의 자금난은 심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는 몇 년 동안 수백억 원씩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 빠져 있던 상황"이라며 "외부 자금 수혈 신호가 없이는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현재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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