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란봉투법 당론 채택 8월 처리 추진
경영계 "노사관계 돌이킬 수 없는 파탄 날 것"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야당이 최근 단독 재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장관이 "특정 소수 노조의 기득권 강화"를 위한 법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장관 자격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8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제화사업장을 방문해 숙련공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 등 제화산업 종사자들의 고충을 청취했다. 이 장관의 노란봉투법 발언은, 숙련공들에게 "오늘날 대한민국의 빛나는 성장은 산업 현장 곳곳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다"며 감사 인사를 하던 중에 나왔다.
이 장관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특정 소수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감면, 기득권 강화, 노동 현장에서의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노사가 함께 노동 약자 보호에 공감하고 현실적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법안 주무부처 장관인 이 장관은 지난해부터 줄곧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견을 밝혀왔다.
이 장관은 이어 "국가가 보호 주체가 돼 노동 약자를 보다 체계적으로 두텁게 지원·보호할 수 있게 가칭 '노동 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법은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민생토론회에서 처음 거론한 것으로,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처럼 현행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이다. 지난달 말에는 고용부 산하에 취약 노동자 의견 청취와 제도 개선 연구를 위한 '노동 약자 정책 자문단'이 출범하기도 했다.
이 장관 발언을 두고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약자지원법은 노동자성은 인정하지 않고 일부 재정 지원 수준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장관이 말한 노동 약자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 바로 노조법 2·3조 개정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이라고 비판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도 "노동 3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며, 노조법 2·3조 개정은 온전한 헌법을 실현하려는 것"이라며 "반노동·친재벌 입장의 발언으로 고용부 장관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연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위로 돌아갔던 노란봉투법은 올해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이 지난달 재발의한 노란봉투법은 파업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고, 근로자 성격을 규정한 노조법 2조에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조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특고·플랫폼 노동자도 회사 상대로 쟁의가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 21대 국회 때 발의된 법안보다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노란봉투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지 5일 만에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이달, 늦어도 8월 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삼고 있다. 양대노총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국민들의 절실한 염원이 담긴 민생법안"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개정안 통과 시 노사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이를 것"이라며 입법 중단을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