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러시아→중국… 헝가리 '중재 외교'한다는데 서방은 '불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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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후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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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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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 헝가리 7월 'EU 의장국' 되자마자 '분주'
"EU 대표처럼 보일라"... 우크라도 '중재 거부'
오르반 빅토르(왼쪽) 헝가리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신화통신 AP 연합뉴스


2일 우크라이나→ 5일 러시아→ 8일 중국.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외교 행보가 7월 들어 부쩍 분주해졌다. 그가 내세운 목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재. 그러나 헝가리를 바라보는 유럽연합(EU)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1일 헝가리가 하반기 EU 순회의장국을 맡자마자 중재 외교에 나서면서 EU 대표성을 띤 행보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親)러시아 성향의 헝가리가 추진하는 중재라 불신도 더 깊다.

"친러 헝가리가 중재?" 유럽·우크라 '거부'



8일 중국 베이징을 '깜짝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오르반 총리는 엑스(X)에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 평화 조건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평화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는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서도 휴전 가능성을 타진했다.

유럽은 오르반 총리의 '평화 여행'을 불쾌해하고 있다. EU 27개국이 돌아가면서 맡는 의장국이 대외적으로 EU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의장국'이라는 수식어 자체가 EU를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①이 경우 유럽의 대(對)러시아 및 중국 정책상 기조 변화가 있다는 뜻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 ②러시아와 가까운 오르반 총리가 전면 부각되는 것 자체가 EU 내 분열을 공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③헝가리가 러시아 및 중국의 입장을 유럽에 전달하는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도 헝가리 중재를 거부했다. 오르반 총리는 휴전의 구체적인 방법이나 그것이 우크라이나에 미칠 영향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 "미국, 중국, 유럽 개별 국가가 아닌 EU 정도로 충분히 강해야 중재가 가능할 것"이라며 "(푸틴이) 누군가와 만난다는 게 '전쟁을 끝내고 싶어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르반 빅토르(왼쪽) 헝가리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헝가리 총리실 제공,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유럽 독자 정책 펴야"... 헝가리 '평화 여행' 지속 의지



EU로서는 헝가리 행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 헝가리가 '의장국 자격 방문'이라고 명시하지 않은 데다, 외교는 어디까지나 각국 독자 영역이기 때문이다. 오르반 총리와 시 주석 만남에서도 EU기가 아닌 헝가리 국기가 걸렸다.

오르반 총리도 평화 외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재 효과가 없어도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는 "헝가리는 유럽에서 모든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돼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 정책'을 유럽의 독자적인 '평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독일 벨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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