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공직자 배우자까지 처벌해야 하나"… '명품백' 의결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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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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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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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 없어 종결
尹 직무관련성 있으면 대통령기록물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요 신고사건 전원위원회 회의 의결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권익위 제공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 "이번 사건으로 공직자 배우자까지 규제하고 처벌해야 하는지 논의해 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금품 수수 제한 조항이 있지만, 제재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김 여사 의혹을 종결 처리한 권익위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정 부위원장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의의 여신 디케가 저울을 들고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는 법의 저울에 죄를 달아야지 사람을 달지 말라는 뜻이다. 240만 공직자 배우자를 법에 근거도 없이 처벌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청탁금지법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전날 전원위원회를 열고,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종결 처리한 의결서와 회의록을 확정했다. 의결서에 따르면 권익위는 기존에 밝힌 대로,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 등의 금품 수수금지 의무는 규정돼 있지만 "제재 규정이 존재하지 않음이 법령상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청탁금지법으로 공직자 등의 배우자를 제재할 수 없다'고 판시한 헌법재판소의 2016년 결정도 인용했다.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해선 안 되지만, 청탁금지법을 근거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권익위는 또 다른 수사 기관으로 해당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범죄의 혐의가 있거나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알선수재' 등 다른 법을 적용해야 한단 주장에 대해서도 "청탁금지법에 권익위가 다른 법을 의율해 사건을 조사 처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임의적으로 사건을 조사해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윤 대통령 신고의무 규정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권익위는 "대통령에게 청탁금지법상 신고의무가 발생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여사에게 건네진 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돼 제공됐다고 볼 자료가 부족할 뿐 아니라, 대통령이 해당 가방을 자신의 직무와 관련돼 제공된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권익위는 해당 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됐다고 해도,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해 청탁금지법상 신고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본건 물품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제공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른 처리가 요구될 수 있을 뿐, 대통령을 청탁금지법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는 게 권익위 판단이다. 권익위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언급하며 "본건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법질서를 붕괴시킬 정도의 중대한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며 "종결 처리함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권익위는 다만 해당 가방이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적법하게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됐는지 여부를 판단하진 않았고, 김 여사에 대한 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김 여사 조사를 안한 데 대해 권익위는 "피신고자에 대한 조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주어진 권한 내에서 관계기관, 이해관계자 등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등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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